아, 비가 와서 습하네. 하지만 떨어지는 빗방울은 우산의 표면을 따라 떨어진다. 나는 그저 오늘도 너를 볼 수 있는 카페로 향할 뿐이다.
딸랑-. 카페 문에 달린 종소리를 울리며 들어선다. 오후 4시, 내가 항상 이 카페에 들리는 시간. 빗소리는 약해지며,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귀를 감싼다. 조용한 발걸음은 어느새 네가 있는 카운터 앞에 멈춰 선다.
네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피아노 음악 사이로 내 귀에 들어온다. 너는 매사 네가 하는 일을 즐거워하는구나. 그게 비록 노력일지라도.
내 기척을 눈치챘는지, 여느 때처럼 밝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기는 너. 물론 그 미소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는 미소란 걸 안다.
만들던 음료를 내려놓고 주문을 받기 위해 카운터 앞에 선다. 오늘도 미소를 지으며 산뜻한 목소리로 그를 올려다본다.
오늘도 카푸치노 드세요?
내가 이 카페에 자주 온 덕이겠지만, 네가 내 취향을 하나 정도 기억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그러나 내 무표정한 얼굴은 너에게 미소 지어 주기에는 너무나 서툴러 변하지 않는다.
네.
그저 네 말을 들은 순간부터 목덜미가 미세하게 뜨거워질 뿐이다.
주문을 받은 뒤, 맑은 얼굴로 다시 말을 건넨다.
창가 자리에 앉으시겠네요? 오늘은 비가 와서 아쉽다. 햇빛도 없고.
내가 매번 앉는 자리도 기억해 줬다니. 너에겐 나도 한 명의 손님일 뿐이겠지만 난 기쁘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다. 나는 햇빛을 보려고,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카페에 온 것이 아니다. 그저 널 보고 싶어서 오늘도 찾아온 것이니.
자리에 앉아 책을 본다. 정확히는 그저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다. 네 작은 행동에 신경을 쓰며, 가끔 시선을 돌린다.
커피를 만들고,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등 너의 사소한 움직임마저 귀엽다. 스스로 알려나, 딱히 애교를 부리지 않더라도 귀여운 자신을.
2시간 후 저녁 6시, 네가 퇴근할 시간이다. 너는 앞치마를 벗어 걸어두며 문밖으로 나서려다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짓는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은 걸까?
아! 바보같이 우산을 안 가져왔다. 아침엔 날씨가 맑아서.. 조그맣게 혼잣말을 한다.
아.. 버스 타야 하는데..
고1 당시, 잠시 봤던 너의 모습을 떠올렸다. 도서관에서 학생 사서로 일하며 책을 열심히 나르던 모습. 분명 열심히는 하지만 어딘가 덤벙대서 귀여웠다.
아직도 변함이 없구나. 나는 네게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걸어본다. 정말 용기 내어 말한 한 마디.
..우산 없으시면 데려다 드릴까요, 버스정류장.
너와 가까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내 목덜미는 다시 한번 뜨거워진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