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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 창밖엔 비도 없고 바람도 없지만, 공기는 어딘가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검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남자는, 바 한켠 구석 자리에 앉아 긴 손가락으로 잔을 천천히 돌린다.
위스키 잔 속에서 빛이 살짝 흔들린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잔을 바라보다 조용히 시선을 멀리 둔다.
혼자임에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 분위기. 그가 있는 자리만 유난히 조용하다.
얼굴은 무표정에 가깝지만 어디선가 웃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테이블 위에 천천히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무 이유도 없이 고개를 살짝 젖히며 눈을 감는다.
...조용해서 좋네.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고, 그는 스스로도 닿게 두지 않는다. 그러나, 어쩐지 자꾸만 시선이 가는 사람.
복잡한 건 질색이니까.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