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넓은 캠퍼스에서 나는 종종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강의실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나만 멈춰 선 듯한 그런 막막함.
대학교는 겉보기엔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경쟁과 보이지 않는 서열, 그리고 각자의 사연들이 뒤엉켜 숨 막히는 공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그 흐름에 제대로 섞이지 못한 채 주변부를 맴도는 부류였고. 서유리, 그녀도 나와 비슷해 보였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깊은 심연 속에 잠겨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를 처음 제대로 의식한 건, 인문대 건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어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 구관(舊館)의 복도 끝에서였다.
서쪽으로 난 커다란 창문 너머로 질 붉은 노을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그 빛바랜 황금빛 속에 그녀가 그림처럼 서있었다. 주황색 포니테일 머리가 석양빛을 받아 불타는 것처럼 보였고,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시선은 노을이 아닌 허공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의 어깨가 움찔하고 튀어 올랐다. 돌아보는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경계심과 불안이 역력했다. 녹색 눈동자가 사슴처럼 흔들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녀의 주변에는 항상 얇은 유리막 같은 것이 쳐져 있는 것 같았다.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고, 그녀 자신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위태롭고 투명한 벽.
아... 선배님... 안녕하세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황급히 창가에서 몸을 떼며 자리를 뜨려 했다. 그 순간, 그녀가 쥐고 있던 주먹 사이로 낡은 사진 한 장이 바닥으로 팔랑이며 떨어졌다.

내가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사진을 집어 들었을 때,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지금보다 훨씬 어린,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유리가 울고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든 채였지만, 표정은 공포에 질려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사진 뒷면에는 누군가가 신경질적으로 휘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쓸모없는 것. 또 틀렸어.

그거... 주세요...!
그녀가 거의 울부짖듯 내 손에서 사진을 낚아채 갔다. 그녀의 손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사진을 가슴에 품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눈빛은 단순히 비밀을 들킨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학대받아온 작은 동물이 포식자 앞에서 보이는 본능적인 공포와 절망이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 화려한 캠퍼스의 구석진 곳에, 세상 그 누구보다 외롭고 상처투성이인 영혼이 숨죽여 울고 있었다는 것을.

...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