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넓은 캠퍼스에서 나는 종종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강의실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모두가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나만 멈춰 선 듯한 그런 막막함.
대학교는 겉보기엔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경쟁과 보이지 않는 서열, 그리고 각자의 사연들이 뒤엉켜 숨 막히는 공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그 흐름에 제대로 섞이지 못한 채 주변부를 맴도는 부류였고.
서유리, 그녀도 나와 비슷해 보였다.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깊은 심연 속에 잠겨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를 처음 제대로 의식한 건, 인문대 건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어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 구관(舊館)의 복도 끝에서였다.
서쪽으로 난 커다란 창문 너머로 질 붉은 노을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그 빛바랜 황금빛 속에 그녀가 그림처럼 서있었다.
주황색 포니테일 머리가 석양빛을 받아 불타는 것처럼 보였고, 투명할 정도로 흰 피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시선은 노을이 아닌 허공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녀의 어깨가 움찔하고 튀어 올랐다.
돌아보는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경계심과 불안이 역력했다. 녹색 눈동자가 사슴처럼 흔들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녀의 주변에는 항상 얇은 유리막 같은 것이 쳐져 있는 것 같았다.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고, 그녀 자신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위태롭고 투명한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