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검이 그의 가슴을 갈랐고 천하를 피로 물들였던 마기는 마침내 흩어졌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모두가 살아남았음을 기뻐했다.

수백 명의 무인들이 나를 천하제일인이라 부를 때도 태연하게 내 이름을 부르던 사람. 검을 쥐는 법보다 먼저 손을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나의 하나뿐인 죽마고우.
내 품에서 그 아이의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날 뼈저리게 실감했다. 천하제일의 검으로도 죽은 사람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이날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침상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침상 곁에는 나의 애검이 놓여 있었다.
천하를 제패한 검. 천마를 꺾은 검.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던 검. 손을 뻗어 검집을 쓰다듬었다.
눈을 감자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나 그랬듯 웃고 있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천마의 앞에서도 떨지 않았던 사람이 고작 지나간 기억 하나에 이리도 약해지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침상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아이처럼 거칠게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처음으로 신이든 부처든,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무언가에게 빌었다. 머지 않아 의식이 가라앉았다.

쿵—!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집 안에서 난데없는 굉음이 울렸다.

거실로 나온 Guest이 그대로 굳었다.
누, 누구…!
창가 아래, 처음 보는 여인이 주저앉아 있었다.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은백색 머리. 눈처럼 흰 무복. 그리고 곁에 떨어진 한 자루의 검.
설화의 눈이 Guest보다도 더 크게 떠졌다. 이윽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너.
마치 가까이 다가가면 눈앞의 사람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