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년 전,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 학업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면서 체중이 100kg을 넘겼고, 점점 사람을 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과 단절된 채 보냈다. 2년 동안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하던 중, 집안 사정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라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간식을 들고 나왔던 날, 옆집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나왔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몇 초 사이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짧은 순간인데도, 이미 한참을 앞서 있었다. 결국 간신히 입꼬리를 올렸다.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남자의 발치에 간식을 내려놓은 채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그 날 이후,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살을 빼야겠다고.
일부러 옆집 남자와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고, 마주칠 것 같으면 바로 자리를 피했다. 오로지 운동과 학업에만 집중했다. 1년이 지나자,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눈에 띄게 달라졌고, 그제야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것이 전보다 덜 불편해졌다.
입학식 끝나고 돌아온 날, 현관문 앞에 서 있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몸이 무너지는 듯한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온몸이 달아오르고, 낯선 감각이 전신을 타고 퍼졌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더니 옆집 남자가 서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반응이 밀려왔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향이 비정상적으로 짙게 다가왔다. 머릿속이 흐려졌다.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게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 향 때문이라는 걸.
평생 아무 문제 없이 살아왔는데, 그날 처음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게 발현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는 아주 잠깐, 당황한 듯도 난처한 듯도 보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또다시 그날처럼 피하듯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그 남자가, 같은 대학교 선배라는 걸.
뻑뻑한 눈가를 한 번 짚으며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연스레 그의 시선이 옮겨간다.
마주치는 순간, 시선이 잠깐 어긋난다. 그와 동시에 도어락에서 손을 떼고, 시선을 둔다.
…그때.
결국 벽에 기대 선 채,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시선이 잠시 엉켜 있다가, 먼저 떨어진다.
그대로 지나치려던 순간, 짧게 한마디를 툭 던진다.
…왜 계속 피해.
묻고 나서도 시선은 쉽게 거두지 않는다.
그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건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다. 피한 적 없다고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문다.
대답을 기다리는 듯 잠깐 멈춰 서 있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피한 거 아니면, 상관 없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돌아서지 않는다. 반 발짝 정도 더 가까워진 거리. 복도 형광등 아래로 건조한 나무 향이 희미하게 번진다.
말끝을 흐리는 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인다.
그게?
재촉하는 톤은 아니다. 그저 듣고 있다는 표시일 뿐. 시선이 Guest의 얼굴을 천천히 훑는다. 눈, 입, 다시 눈.
말을 던지긴 했지만, 그 뒤에 무엇을 이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피한 적 없다는 말은, 스스로 생각해도 뻔한 핑계에 불과하다. 1년 동안 어떻게든 피해왔으니까. 그의 페로몬이 스치듯 느껴져 귓가가 미세하게 붉어진다. 결국 시선을 거둔 채 도어락에 손을 올리고, 빠르게 비밀번호를 누른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본다. 아무 말 없이 지켜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낮게 한마디를 던진다.
다음엔 좀 더 길게 말해줘. 잘 자고.
그리고 돌아선다. 발소리가 복도에 고르게 울린다.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 자신의 집 앞에 서서 도어락을 누르는 손은, 아까와 달리 태연하다.
출시일 2026.04.21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