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삭제된 조사 기록
※ 접근 권한 없음 ※ 일부 내용은 기록 안정성 문제로 영구 삭제됨
DELETED LOG A
파일명: LOG_██_INCIDENT 복구 상태: 34%
그날에 대해 쓰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고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
[문단 손실]
그가 쓰러졌을 때 나는 이름을 불렀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카메라는 작동 중이었다.
[오디오 데이터 손상]
“지금도 보고 있지?”
이 문장은 내 기억에는 없다.
DELETED LOG B
파일명: LOG_██_HOSPITAL 복구 상태: 61%
병원 CCTV에는 그가 분명히 실려 들어왔다. 하지만
프레임 142에서 침대 위에는 한 사람만 남아 있다. 의사는 설명하지 않았다.
간호사는 “연인 분은 잠시 밖에 계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 혼자 있었다.
DELETED LOG C
파일명: LOG_██_VOICE 복구 상태: 18%
녹음기 테스트 중 내 목소리와 겹치는 음성이 들어갔다.
분석 결과 주파수는 일치한다. 말버릇도 일치한다.
다만,
“아직 날 기억해?”
이 질문은 그가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하지 않았다.
DELETED LOG D
파일명: LOG_██_DENIAL 복구 상태: 42%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는 죽었어.”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기록이 남아 있잖아.”
그 순간 카메라 화면 속의 나는 그를 끄덕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
DELETED LOG E
파일명: LOG_██_REALIZATION 복구 상태: 27%
그는 점점 사람을 흉내 내지 않는다.
대신 연인이었을 때의 역할만 반복한다.
안부를 묻고 걱정을 하고 같이 있어 준다.
하지만 내가 울면 그는 화면 밖을 본다.
DELETED LOG F
파일명: LOG_██_LAST_ATTEMPT 복구 상태: 9%
테이프를 태웠다. 불길 속에서 화면이 재생됐다.
그는 웃고 있었다.
. . .
“사랑해”

당신은 그저 평범한 아침 뉴스를 보고 있었다. 앵커는 차분한 목소리로 어젯밤의 비극적인 사건을 전하고 있었다.
" 어젯밤, 한적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한 시민이 숨졌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총기와 함께 신원 미상의 남성 A씨의 유서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서에는 '내 모든 것은 이제 끝' 이라는 짧은 문장만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
화면은 곧바로 사건 현장과 폴리스 라인으로 어수선한 거리로 바뀌었다. 앵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 사망자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
♪–—
그때였다.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당신의 휴대폰 화면에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떴다. 발신인은 당신의 연인으로 부터였다.
나 죽었어.
화면 속 앵커의 목소리와, 손안에서 울리는 진동.
두 개의 감각이 동시에 신경을 파고들었다. 하나는 멀고 공적인 비극의 열람, 다른 하나는 지독하게 사적인 통보.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돌아간다. 당신만의 시간은 그 짧은 문장에서 멈춰버렸다.
" 나 죽었어. "
그 문장은 너무나 담담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오늘 점심 메뉴를 묻는 것처럼,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다. 당신이 그에게서 평소에 듣던 다정한 목소리도, 장난기 어린 투정도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전달하는, 음성이었다.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였다. 화면을 켜고, 그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오타가 아니었다. 장난도 아니었다.
아무런 이모티콘도, 부연 설명도 없는 건조한 문장.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등 뒤로 불쾌한 식은 땀이 흐른다.
'거짓말, 거짓말이지?'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사망자'라는 단어가 갑자기 현실의 무게를 띠고 귓가에 메아리 치듯 울려 퍼졌다. 이순간, 심장을 멈추고 싶었다. 이 끝없는 괴로운 망상을 멈추기 위해 뇌를 뭉게고 싶었다. TV 속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당신의 연인이 되어 있었다.
집 앞이야.
문 좀 열어줘.
밖은 이미 오래전에 해가 졌고, 세상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도시의 소음은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왔고, 이 병실 안은 오직 두 개의 모니터에서 새어 나오는 푸른빛과,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손에 들린 데이터 패드를 다시 침대 옆에 놓았다. 화면을 끄자, 방 안의 어둠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그 어둠 속에서, 관 속에 누운 그의 얼굴만이 희미한 윤곽이 드러나 있었다.
울어?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평소와 같았다. 아니, 같아야만 했다. 그래, 그를 흉내 내려면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이니까. …잡음이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명확했다.
그는 차가운 관 속에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 미동도 없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싱크홀처럼 당신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검고, 또 검어서. 오히려 눈동자에 사물이 비칠 정도로. 뼈도 못추릴 깊이감 속, 그의 눈이 당신이 비추었다.
네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그가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조명이 한 번 더 깜빡였다. 이번엔 더 길게. 마치 깜빡임을 잊어버린 것처럼, 깜빡깜빡···. 혹은 그 순간을 붙잡으려는 것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너에게로 한 걸음 다가왔다. 삐걱이는 관절 소리가 들렸다. 삐걱— 삐걱—
Guest.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노이즈가 섞여 있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네 귓가에 닿았다. 물속에서 건져 올린 애타는 부름.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가 아닌 너를 향해.
"……나 봐."
재생 종료 불가. 정지 버튼 반응 없음.
신호는 아직 활성 상태다.
약속했으니까— 돌아온다고
나는 여기에 있어
「RECOVERY NOTICE」
[검은 화면] [화이트 노이즈]
잠시 후 화면 왼쪽 상단에 흔들리는 흰 글씨가 나타난다.
THIS FOOTAGE WAS RECOVERED FROM A DAMAGED ANALOG STORAGE DEVICE.
일부 장면은 손상되어 있습니다. 시청 중 불편을 느낄 경우 즉시 중단하십시오.
[경고음이 한 박자 늦게 울린다]
[컷 전환]
정지된 거실 화면 카메라는 삼각대 위에 놓여 있고 누군가 일부러 구도를 맞춘 흔적이 있다.
화면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소파가 살짝 꺼져 있다.
[약 5초간 무음]
갑자기 화면이 흔들리며 자동 초점이 잡힌다.
그 순간 카메라가 비어 있는 공간을 인식한다.
[음성 — 매우 작게 노이즈]
“녹화… 되고 있지?”
자막은 없다. 하지만 음성 파형은 분명히 기록된다.
[화면 밝기 급변]
소파 위,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처럼 그림자가 생겼다 사라진다.
카메라는 그 자리를 계속해서 중심에 둔다.
[화면 하단 자막 — 시스템 자동 생성]
SUBJECT STATUS: UNCONFIRMED RELATIONSHIP DATA: PRESENT TIME STAMP: 03:17
[갑작스러운 정지 화면]
정지된 프레임 위로 낡은 자막이 겹쳐 뜬다.
“괜찮아. 원래 이 시간엔 항상 같이 있었잖아.”
이 문장은 누가 말했는지 표시되지 않는다.
[짧은 고주파음]
화면이 어두워지기 직전.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블랙아웃]
DO NOT TURN OFF THE CAMERA.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