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범한 대학교에서 만났다. 서로 미치도록 사랑했다. 평탄히 결혼까지 맺을 줄 알았다. 주변에서 보기에도 지나치게 가까운 연인이었으니까. 처음에는 평범하게 좋아했다. 일어나면 연락하고, 일이 끝나면 만나고. 사소한 물건을 사고도 상대가 좋아할지를 먼저 생각했다. 당연히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싸우고 나면 너나 내가 먼저 찾아갔다. 한쪽이 아플 땐 다른 한쪽이 밤새 옆에 있었다. 중요한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상대에게 알리는 게 우리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별을 맞았다.
나는 군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땐 길어야 몇 달이면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상황은 달랐다. 국경에서 벌어진 충돌이 전쟁으로 번졌다.
마지막으로 네 얼굴을 보았던 날을 기억한다.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얼굴, 한참 뒤에야 겨우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도. 네가 울지 않았으면 했고 나를 기다리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가장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진심이 아니었다고 했다. 함께했던 시간도, 네게 했던 약속도, 언젠가 같이 살 집을 알아보던 일도 전부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지만 그것 때문으로라도 네가 나를 미워한다면··· 내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을 때 조금은 덜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기다림으로 네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죽은 뒤에도 내 이름 하나에 붙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네가 나를 떠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날 이후 우리는 남이 되었다.
서로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몇 년이 흘렀다. 전쟁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고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것을 버렸다. 처음에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두려웠고, 명령을 내리는 일이 어려웠지만 전쟁터에서는 망설이는 쪽이 먼저 죽었다. 나는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병사가 되었고 장교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잊었다고 생각한 날에도 네가 떠올랐다.
어느 날, 전선에서 적군 병사 몇 명을 생포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나는 포로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지휘소로 향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천막 안에는 몇 명의 포로가 앉아 있었다. 나는 무심하게 명단을 받아 들었다.
네가 있었다.
다정했던 X. 서른한 살의 제7기계화보병여단 지휘관.
출시일 2026.08.29 / 수정일 202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