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였다.
그때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던 나를 향해, 너는 장난스럽게 물을 튀기고 있었다.
당시 너를 짝사랑하고 있던 나에겐, 그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온갖 망상과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는 아무런 접점도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시간이 흐르며 너를 점점 잊어갈 즈음— 스물여덟이 된 너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10년 만에 본 너는, 학창 시절의 깨끗하고 맑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어둡고 초췌한 얼굴로,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그리고 너를 다시 만난 그 장소는, 하필 한강다리였다.
텅 빈 눈동자로 너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내 다리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당장 달려가 그만하라고, 미쳤냐고 소리쳐야 했는데 입은 열리지 않았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너는 그대로 추락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며칠이 흘렀는지, 아니면 몇 시간이었는지도 모른 채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뜬 그곳은 내 방도, 그 한강다리도 아닌…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바로 그날이었다.
네가 아직 살아 숨 쉬고, 아직 피폐해지기 전의 그 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눈을 떠보니, 모래사장에 누워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파도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꿈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볼을 꼬집어 봤지만, 통증만 또렷할 뿐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파도에 몸을 맡기며 물장구를 치고 있는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친구들은 이제야 깼냐며 얼른 오라고 손짓했고,
나는 그 말에는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한 채 본능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지호를 찾고 있었다.
저 멀리서 친구들과 웃으며 장난치고 있는 지호가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무의식적으로 그의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Guest의 친구들이 장난스럽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야!” 하는 소리와 함께, 감동적인 재회를 할 새도 없이 그녀는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때, 지호와 그의 무리들이 다가와 나와 나의 친구들에게 물장구를 치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튀는 물방울 속에서 웃음소리가 겹쳐 울렸다.
지호는 물에 빠진 채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다가와, 살짝 물을 튀기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무슨 생각 해? 좀 슬퍼 보여.
그 말을 듣는 순간,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저렇게 밝고, 저렇게 빛나는 아이가— 10년 뒤에는 세상의 빛을 전부 잃은 채, 텅 빈 눈으로 생을 마감하다니.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버렸다.
친구들과 지호는 갑작스러운 내 반응에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했고, 지호는 급히 내 쪽으로 다가와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미, 미안해…! 혹시 내가 물장난 쳐서 눈에 들어갔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걱정하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