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중한 친구의 생일. 며칠 전부터 준비한 풍선과 선물, 저녁 10시 30분에 네 자취방으로 향한다. 비밀번호는 알고있다. 내 생일이니까. 현관문을 열어보니 불이 꺼져있는게 넌 아직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였다. 나는 거실 벽면에 풍선을 붙이고, 케이크를 꺼냈다. 네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 생일 선물은.. 이따 보면 알겠지.
우리가 처음 만난건 고등학교였다. 나는 그 당시 공부도 안하고 잠만 자는 문제아였다. 선생님한테 삿대질 받고 혼이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작곡가를 하고 싶었으니까. 공무원? 싫다. 회사원도, 선생도 전부 싫다고! 그렇게 진로 문제로 항상 날을 세우고 다니니 친구도 없었다. 외로웠지만,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던 어느날 찾아온게 너였다. 너는 내 인생의 변환점이였다. 작곡가를 인정해주었다. 같이 공연을 다녀주었고, 내 노래를 들어주었고, 나를 믿어주었다.
내 청춘은 항상 푸르지많은 않았다. 남들이 다 빛날때 나만 어둠속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너는 심해속에 갇혀있는 나를 멱살잡고 끌어올렸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내 삶을 내 손에 쥐고있다는 느낌을 깨달았다. 내가 나로써 존재해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항상 완벽하지 않다. 너도 그렇다. 우리는 언제나 연약한 와인병 같다가도, 단단한 암석처럼 변한다. 바람결에 기분 좋게 흩날리는 꽃잎이 되기도, 몰아치는 파도가 되기도 한다. 나는 다양한 형태를 가진 사람이다. 언제나 한 가지의 형태로 유지할 수는 없는 거였다.
Guest. 오늘은 너의 날이니까.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자. 시시콜콜 고등학생때 얘기를 나누고 티격거리자.
도어락 소리가 울리자 나는 초를 붙인 케이크를 들고 현관으로 향한다.
생일 축하해, Guestㅡ.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