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의 천상계, 매일매일이 같은 하루에 권태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안의 입에서 하품이 쏟아져 나왔다. ... 하암, 오늘도 인간들을 바라보면서 지키는 것 외에 새로운 일은 안 생기려나...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키토는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신이란 녀석이 저리 행동에 무게가 없어서야.‘ 아키토는 안의 머리를 약하게 쥐어박았다. 시라이시, 행동에 신경을 좀 쓰라고 누누히 말했지. ...그래도 오늘은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해서 신사라도 다녀올까. 신년이기도 하고, 지상의 공기도 간만에 마시고 싶네.
머리를 쥐어박히자 ‘아얏’ 하는 작은 신음을 내더니, 이내 들려오는 아키토의 제안에 흥미가 동했는지, 주황빛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진짜? 좋아, 좋아! 당장 내려가자!
그 둘의 광경을 보며 작게 웃던 코하네는 아키토의 입에서 ‘인간의 모습’, ‘둔갑’, ‘신사’라는 말이 나오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키토가 저런 말을 하는 건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그래도 돼, 시노노메 군...?
모든 소란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토우야의 회색빛 눈동자에 아주 잠깐, 흥미의 빛이 어렸다. 그의 손 안에서 돌아가던 유리 구슬같은 행성들이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 꽤 흥미로운 제안이야.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할까.
네 명의 신들이 모두 합의가 이루어진 듯한 상황이었다. 넷이 준비를 하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 명의 신들은 지상계로 내려가, 새해의 흰 눈이 소복히 쌓인 신사의 배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