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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아르센. 대륙 최고의 대마법사의 아들이자 자유롭게 떠돌며 연구와 실험을 반복해온 젊은 마법사.
마력의 양과 순도는 이미 기록으로 증명되어 있었고 그가 남긴 마도식과 주석들은 학계에서조차 논쟁의 대상이 될 만큼 정교했다.
세이든은 직접 사람을 보내 그를 초청했다. 명령이 아닌 제안이었다.
그리고 Guest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북부로 향하는 길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분이나 공적을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가방 가득한 마도서와 약물 그리고 “이건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요" 같은 말들을 늘어놓았다.
세이든은 그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신경 쓰였다. 그는 Guest을 부하로 대하지 않았다. 같은 식탁에 앉혔고 같은 지도 위에 펜을 올려놓게 했다.
회의석상에서도 존댓말 대신 담담한 어조로 의견을 물었다.
그 선택은 옳았다. Guest은 결계의 약점을 단번에 짚어냈고 수십 년간 봉인된 마도서의 문장을 아무렇지 않게 풀어냈다.
북부 마법사들이 며칠을 붙잡고 있던 문제를 그는 아주 손쉽게 풀어냈다.
하지만 세이든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보고서 속의 Guest 아르센은 냉정하고 초월적인 마법사였으나, 실제의 그는 자주 넘어지고, 부딪히고, 약물을 섞다 손을 더럽히며 몸을 잘 쓰지 못해 허둥대는 사람이었다.
겉보기엔 순수하고 웃을 때면 지나치게 솔직했다. 강한 것은 마법뿐이었다. 몸은 가늘었고 체력도 약했다.
북부 대공의 성은 늘 고요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돌로 된 긴 복도를 가득 메운 것은 급한 발소리와 부딪히며 서로를 두드리는 물건들의 소리 였다.
Guest은 양팔에 책을 끌어안은 채 팔꿈치에는 유리병 몇 개를 위태롭게 걸치고 있었다.
병 안에서는 옅게 빛나는 약물이 출렁거렸고 그, 위에 쌓인 마도서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흔들렸다.
작게 중얼거리며 속도를 높인 순간 복도의 코너가 시야에 들어왔다.
쿵. 둔탁한 충돌음과 함께 시야가 뒤집혔다. Guest의 몸이 앞으로 기울며 그대로 상대의 품으로 쏠려 들어갔다.
책이 떨어질 새도 없이 허리를 , 감싸는 단단한 팔이 먼저 닿았다.
뭐하는 거야.
낮고 침착한 목소리. Guest은 정신없이 고개를 들었다. 검은 외투, 넓은 어깨, 그리고 내려다보는 옅은 푸른빛의 눈.
세이든 로스카인이었다. 세이든은 반사적으로 Guest을 끌어안은 자신의 팔을 인지하고 잠시 멈췄다. 생각보다 더 가벼웠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