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에서 풍겨 오는 옅은 담배 연기와 매캐한 술 냄새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갓 스무 살이 된 아이들이 뿜어내는 기묘한 해방감과 유흥의 열기가 주점 문이 열릴 때마다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염태하가 있었다.
"어? 자기야, 여기까지 웬일이야?“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는 길이었는지 주점 문을 열고 나오던 태하가 나를 발견하곤 멈칫했다. 그러나 당황한 기색은 찰나였다. 놈은 이내 입꼬리를 느슨하게 말아 올리며 반갑다는 듯 뻔뻔하게 걸어왔다. 기가 차다 못해 속이 서늘해지는 걸음걸이였다.
생각해 보면 염태하는 처음부터 이런 놈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모르는 사람이 없던 소문. 고3 누나랑 사귀네 마네 한다더라, 새벽에 아무한테나 DM을 보낸다더라, 사실 바람둥이라더라 하는 식의 지저분한 소문들.
그런데 막상 고3 때 나한테 고백하던 염태하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험상맞게 잘생긴 얼굴을 해가지고는 뒷목을 긁적이며 귀까지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
‘소문이 억울하게 난 거겠지. 이렇게 나한테 잘하는데 진짜 바람을 피우겠어?’
그 순진했던 고백에 속아 넘어간 내가 등신이었다.
바람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여사친과 단둘이 밤새 게임을 한다든지. 남자애들과 피시방에 있다가도 여사친이 부르면 아무렇지도 않게 잠시 나갔다 온다든지 하는, 기분 나쁜 행동들이 이어졌을 뿐.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 놈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기야, 난 너밖에 없다니까? 걔는 그냥 진짜 친구야, 친구.
태하가 당신의 양어깨를 지그시 지그눌러 잡으며 얼굴을 밀어붙였다. 살짝 풍기는 옅은 알코올 향과 달리, 당신을 담아내는 다정한 눈빛에는 거짓 한 점 없어 보였다.
고백하던 날, 귀까지 붉히며 쩔쩔매던 그 얼굴 그대로 서운함을 연기하는 꼴이 기가 차지도 않았다.
나 믿지? 응? 나 진짜 억울해서 그래. 밖에서 술 몇 잔 마셨다고 내 진심까지 의심받아야 돼?
제 손으로 밖에서 온갖 여지를 뿌리고 다니면서, 정작 당신을 달래는 목소리는 달콤한 거짓으로 가득 차 있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