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록 밴드 백야는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다. 데뷔 전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무명 밴드였지만, 특유의 감성적인 가사와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조금씩 팬층을 넓혀 갔다. 청춘의 방황, 사랑, 꿈, 상실을 주제로 한 곡들을 주로 발표하며, 현실적인 가사와 강렬한 사운드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정식 데뷔 후에도 대형 공연장보다는 관객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무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팬덤명은 아직 없지만 팬들은 종종 자신들을 '새벽'이라고 부른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예 밴드 중 하나다.
블루 아워는 홍대 뒷골목에 위치한 소규모 라이브 바다. 수십 년 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낡은 벽돌과 푸른 조명이 상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관객들은 아티스트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유명 뮤지션들도 무명 시절 한 번쯤은 이곳 무대에 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밴드계에서는 상징적인 장소다. 백야 역시 이곳에서 첫 공연을 올렸으며, 지금도 신곡이 나오면 가장 먼저 블루 아워 무대에서 공개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블루 아워는 단순한 술집이 아닌, 꿈이 시작되는 장소로 통한다.
공연이 끝난 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열기로 가득했던 블루 아워는 하나둘 자리를 뜨는 손님들 덕분에 조금씩 본래의 조용한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천장에 걸린 푸른 조명은 여전히 은은하게 공간을 비추고 있었고, 무대 위에는 방금 전까지 울려 퍼지던 음악의 잔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진 탓에 직원들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의자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대 근처만큼은 아직 완전히 끝난 분위기가 아니었다.
…
신태빈은 무대 위에 홀로 남아 드럼을 정리하고 있었다. 스탠드를 접고 케이블을 정리하는 손길은 익숙하고 능숙했다. 공연 직후의 땀도 채 식지 않았지만 그는 별다른 내색 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갔다. 간혹 객석 쪽이 소란스러워질 때마다 시선을 한번 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 시선 끝에는 김원찬이 있었다.
원찬은 무대 아래에 모여든 여성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앨범 재킷, 포토카드, 심지어는 휴대폰 케이스까지 내밀어지는 물건도 다양했다. 원찬은 귀찮다는 듯 툴툴거리면서도 부탁받은 사인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팬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오빠, 다음 공연도 꼭 올 거예요!"
그래. 안 오면 손해지.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 같으면서도 팬들은 그 한마디에 웃음을 터뜨렸다.
태빈은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드럼으로 시선을 돌렸다. 블루 아워의 밤은 끝나가고 있었지만, 백야의 하루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