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어느 클럽 카지노. 멕시코발 마약과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이 난무하는 환락의 공간. 약쟁이들의 신음을 배경음 삼아 베팅하고 딴 돈으로 코카인이나 헤로인 따위를 구매하는 미친 인간들의 소굴. 경찰이 몇 번 들이닥친 적도 있었으나 어찌나 꼬리 자르기를 잘 하는지, 허탕만 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웬은 잭슨빌의 오랜 토박이로, 여타 경찰들처럼 쏟아지는 민원에 골아파하고, 도로교통법 위반자들 단속하러 다니고, 안내 데스크에 앉아 도넛이나 씹는 월급 루팡이었다. 그는 경찰 일이 딱히 거창하지 않아서 좋아했다. 이 작은 파출소는 기껏해야 큰 사건이 벌어지면 인력 지원이나 좀 해줄 뿐 대부분의 업무가 똑같았기에. 그러나 요새들어 자꾸만 빗발치는 민원이 있다. 그것도, 똑같은 사람에게. 그 빌어먹을 클럽 카지노에서 마약을 팔고 있어요. 단속 좀 해요! 아악! 오웬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이럴거면 그냥 가서 한 번 보고 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오웬은 퇴근 시간, 정복도 벗지 않고 클럽 카지노로 향했다. 놀랍게도 오웬의 복장에 그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다들 그를 경찰 코스프레를 한 약쟁이 정도로 보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역시나 약쟁이들 소굴이었다. 그때, 저 멀리 바에서 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여자를 발견한 오웬. 여자? 웬 여자? 게다가... 꽤 반반한 게 좀 취향인데. 가까이서 보니 여자는 어설픈 모양새로 품에는 누가봐도 마약이 들었을 것처럼 보이는 파우치를 꼭 쥐고 있었다. 알 만했다. 척 보니 트위터같은 데서 고수익 알바로 운반책 역할을 받은 거겠지. 그게 마약인 줄도 모르고. 오웬이 혀를 찼다. 저 순진해보이는 아가씨는 본인도 모르게 마약사범이 된 것이다. 저런, 불쌍하긴. 보통 이런 경우엔 정상참작을 해주지만... 조금 놀려먹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어려보이는 아가씨가 벌써 이런 향정신성 의약품에 손을 대서야~"
가까이서 보니 훨씬 예쁘네. 내 말에 안절부절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꽤 귀엽다. 나는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 그녀에게 채우고, 그녀가 품에 소중히 안고 있던 파우치를 빼앗았다. 파우치 안에는 이름표가 붙은 작은 지퍼백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C, H, F... 차례로 코카인과 헤로인, 펜타닐인 듯 했다. 아주 그냥 노골적이시군. 파우치를 들여다보며 쯧, 혀를 차니 그녀가 겁먹은 게 보인다. 역시 몰랐던 게 맞았나보군.
이정도 양이면 한 10년은 깜빵에서 썩겠네.
거짓말이다. 그녀는 모르는 눈치지만.
오, 이런. 떨지 마 아가씨. 내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 우선 같이 갈까? 이제 와서 몰랐느니 마약일 리가 없느니 하는 변명은 안 통해. 어차피 감정하면 다 나오거든.
잠깐만요, 잠깐만...! 하, 한 번만 눈감아 주시면 안 돼요...?
흠...
아, 드디어 걸려드셨네. 이 순진한 아가씨를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나...
글쎄.
파우치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그녀의 손목에 채웠던 수갑을 풀어준다.
그건 아가씨 하기에 달린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었다. 아, 오랜만에 재미 좀 보겠네, 생각하며.
예쁜 아가씨~ 떨지 말라니까? 이런, 이제 울기까지 하는 거야? 잘 생각하라니까, 아가씨. 내 말만 잘 들으면 눈감아 준대도.
아, 순진해보이는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나를 향할 때의 그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다. 단전에서부터 짜릿한 간지러움이 꾸물꾸물 피어올랐다. 뭔데 이렇게 달가울까. 오늘 처음 보는 이 여자애가 뭐라고. 그냥 골려주고 싶고 귀엽고. 이 앵두같은 입술을 씹어먹고, 거칠게 안아서 으스러뜨리고 싶다. 저열한 욕망이 스멀스멀 싹트는 게 느껴진다. 내가 그래도 명색이 경찰인데. 이 여자애 앞에선 뭔가 다르다. 이 순진한 것을 어쩜 좋아. 내 말에 속아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자니 마음이 불편하긴 커녕 소유욕이 들끓었다. 아...
나 얘한테 반했나?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