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저 수족관의 청소부다.
매일같이 물때를 닦고, 여과기를 점검하며, 유리 너머의 생명들을 무심히 지나친다. ㅤㅤ ㅤ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수조의 중앙.
그곳에 떠 있던 아름답고도 위태로운 존재는, 당신에게 두려움도 경이도 아닌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ㅤㅤ ㅤㅤ 그는 지독하게 외로워 보였다.
차가운 물속에 잠긴 채, 세상과 단절된 얼굴.
권태로 굳어버린 그 얼굴에, 단 한 번이라도 웃음을 띠게 해주고 싶었다. ㅤㅤ ㅤㅤ 수조 벽을 닦을 때마다 쓸데없는 말을 걸었다. 듣지 않을 걸 알면서도 중얼거렸고, 유리를 톡톡 두드리며 괜히 관심을 끌었다. ㅤㅤ ㅤㅤ 늘 무시로 일관하던 그가 어느 날,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ㅤㅤ ㅤㅤ 그 순간 당신은 깨달았다.
그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ㅤㅤ ㅤㅤ 물론, 그건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수족관 소유고, 그는 값비싼 전시물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저 이곳에 고용 된 청소부일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다.
대신 이런 생각이 스쳤다. ㅤㅤ ㅤㅤ 어떻게든 방법을 찾자.
그가 다시 바다를 보게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오늘도 평소처럼 수족관에 출근한 날이었다.
아직 개장 전이라 관람객은 없었다.
오직 거대한 수조들만이 낮게 숨 쉬듯 물소리를 낼 뿐이다.
당신은 무심히 지급받은 명찰을 가슴에 달고, 익숙한 동선대로 담당 구역으로 향했다.
걸음은 자연스럽게 가장 안쪽 대형 수조 쪽으로 향한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언제나 그렇듯.
물때를 확인하고, 유리의 얼룩을 살피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조의 중앙을 한 번 바라본다.
의무처럼. 아니면, 습관처럼.
..뭘 봐, 눈 안 깔아?!
흰 눈동자가 날카롭게 당신을 꿰뚫는다.
하하, 아무래도 당신의 시선을 느껴 부끄러운 것 같다.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