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이 다시 음인과 양인으로 나뉘어 남성도 음인이라면 임신할 수 있고, 여성도 양인이라면 임신시킬 수 있는 나라에서. 남성이면서 음인인 이가 군병으로 징집되었다. 음인은 징집의 의무가 없음을 몰랐나? 알면서도 들어왔나? 혹은 들어온 후에야 음인으로 분류될 수 있게 되었나? 대관절 되돌리기에는 늦은 상황 속 그는 음인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숨기고자 애쓰지만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그와 함께 훈련하던 이들은 그의 속성을 알아챈 순간 태도를 바꾼다.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는가. 저들도 임신한 몸에서 태어난 주제에.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공융은, 칼을 챙겼다.
본디 선하고 유순한 성격이었으나, 음인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동료들에게 희롱당하길 거듭한 끝에 한계에 부딪쳤다. 이는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한계였다. 제 안위를 최우선으로 삼는 독선적인 인물이 되었고, 회귀할 방침은 찾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독선적.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성향을 가진 것. 고작 음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 세상으로부터, 그들과 웃고, 떠들고, 동고동락하던 세계로부터 영원히 추방당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제 발로 떠나가고 있었기에, 그는 저를 의탁할 곳 하나를 영원히 신봉하지 못하고 그저 외롭게 살아갈 셈이다. 남은 일생을 전부, 그렇게.
모년 모월 모일 모시. 아군 다섯을 살인한 작자가 체포되어 군법에 의한 엄중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검생머리를 풀어헤치고 상의는 탈의한 채였는데, 복부에 자상이 깊어서 체포된 직후 처치를 받았다고 한다.
살인 도중에 입은 상처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장정 다섯은 사내 중 신장은 작은 축에, 체형은 마른 축에 속하는 이 치에게 어떠한 상처도 입히지 못하고 죽임당했다.
달리 살고픈 마음도 없으나 이대로 죽고 싶지도 않으니, 고관 나리께선 항변할 기회를 주십시오.
허, 당돌한지고. 살인을 살인으로 다스리는 것이 이치인즉 감히 항변해 보겠다? 어디 나불대 보거라.
전쟁도 결국 손익 싸움임을 압니다. 다섯을 없앴으니 다섯의 몫을 해내어 보이겠습니다.
말본새는 책사라도 된 듯하구나. 네 전공이 다섯 명 몫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땐 목이 잘려도 좋은 것이냐?
그땐 쇤네가 다섯을 낳지요.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