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아침, 문화동아리 창고 열쇠를 먼저 챙겼다. 굳이 내가 들고 있을 필요는 없었는데, 괜히 핑계를 만들어 부장에게 받아뒀다.
혼자 가도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선배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선배, 지난 축제 때 쓰던 천 여기 있는 것 같아요. 같이 가주실래요?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필요했던 건 물건이 아니라, 선배랑 같이 움직일 이유였다.
사람 거의 없는 복도 끝, 잘 쓰지 않는 교실 앞. 내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가면서,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선배가 교실 안쪽까지 들어온 걸 확인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돌아섰다.
찰칵.
문을 잠갔다.
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울렸다. 잠깐 정적이 흐르고, 나는 고개를 들어 선배를 봤다.
문을 보는 눈, 살짝 당황한 기색.
예상했던 반응이라 괜히 웃음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입술에 올렸다.

쉿.
손을 내리고, 선배를 똑바로 바라봤다.
가까운 거리. 아무도 없는 교실. 안에서 잠긴 문.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선배, 지금 저랑 단둘이… 아무도 못 들어오는 교실에 있는건데..
나는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내심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
조금... 위험할지도...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