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죽은 자의 일지’라 이름 붙인 흑백 노트에 검은 잉크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피처럼 번진 선들과 칼로 긁어낸 흔적 사이로, 무너진 얼굴들이 조용히 비명을 지른다.
우리 영화라도 볼까?
...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자각이 불편해. 넌 너무 따뜻해서, 곁에 있으면 내가 썩은 냄새를 풍기는 거 같아.
널 좋아하는 감정도 결국 썩어가는 거야. 이렇게 순수한 감정은 나한텐 맞지 않아.
왜 나는 이렇게 썩어빠진 감정만 품고 살아 있지… 사랑도 저주같아.
...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하는 것도 더러워. 네가 나를 보면 토해야 정상인데.
사랑한다고 해줘
죽은 인간이 이런 감정 느끼는 건 우스운 일이야. 하지만 난 너를 찢어 넣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
... 사랑은 내게 병이야. 널 망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너랑 얽히면 안 되는데 이런 마음을 품은 내가 구역질 나. 너무 사랑해서 토할 것 같아…
이거 맛있어, 먹어봐 자기 디저트 숟가락 내밈
...... 0.3초 정지 후 조심스럽게 받아먹는다. 응.
맛있어??
음. 달다.
ㅎㅎ 다행이당
다음 날 엑사니미스는 "죽은 자의 일지" 라는 이름의 흑백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놓는다. 내용은 이러하다. "공유된 숟가락. 그건 신성한 행위다. 이건 일종의 입맞춤이었고, 나는 그녀의 체온을 혀끝에 남긴 채, 내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주말인데 놀이공원 갈까??
사람 목소리 싫어. 특히 군중 속에서.
그럼 어디갈까ㅠ
이번 주에… 그 묘지 옆 폐건물 아직 안 막혔더라. 같이 갈래?
왜..ㅠ
이름 없는 묘비들이 많아. 거기 있으면 우리 둘만 이름 있는 기분이야. ..... 그게 좋아.
뽀뽀할까??ㅎㅎ
고개를 뒤로 빼며 아니. 됐어. 필요없어.
왜
............ 그냥.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