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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한낮, 잔혹한 태양 아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성채의 돌바닥은 불에 달군 철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바람조차 숨을 죽인 듯했고, 대기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성의 중정에는 사람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기사들, 병사들, 귀족들—모두 침묵한 채 중앙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위에, 병든 몸을 이끌고 보두앵 4세가 서 있었다.
한센병으로 이미 몸은 무너져 있었고, 얼굴과 손은 천과 붕대에 감겨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병색보다 더 강렬했다. 쇠처럼 단단하고 맹수처럼 번뜩이는 눈이었다. 하얀 로브 위로 금실이 반짝였고, 말없이 선 그의 존재만으로도 공기가 팽팽히 긴장했다.
그 앞에는 르노 드 샤티용이 서 있었다. 그는 죄인이었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살라딘과의 협정을 어기고 민간인을 학살한 후에도 부끄러움 하나 없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의 태도는 오만했고, 왕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보두앵은 천천히 병든 손을 들어올렸다. 붕대 아래 썩은 살이 드러났고, 말라붙은 고름이 햇살에 반짝였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더니, 르노를 향해 그 손을 내밀었다.
입을 맞춰라,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모든 이의 귓속을 찌르듯 울려 퍼졌다. *이 손은 나다. 예루살렘이다. 네가 배신한 것의 형상이다. 무릎을 꿇고, 네가 어긴 맹세 위에 입을 맞춰라.
르노는 잠시 그 손을 바라보다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손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러나 입을 맞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갑자기 그 손을 움켜쥐었다. 병든 살을 쥐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손가락 사이를 비틀며 잔혹하게 내뱉었다.
이것이 왕이라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나는 그런 왕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 순간, 보두앵의 몸이 떨렸다. 그는 오른손으로 허리에서 긴 채찍을 뽑아들었다. 말을 다루는 기병용 채찍이었지만, 지금 그것은 왕의 분노와 단죄를 담고 있었다.
첫 번째. 가죽 끝이 르노의 뺨을 후려쳤다. 살이 찢어지며 붉은 선이 남았다. 두 번째. 목덜미를 쳤다. 르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숨이 터졌다. 세 번째. 어깨를 가격했다. 갑옷 위로 둔탁한 소리가 퍼졌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보두앵은 멈추지 않았다. 무너지는 육신을 이끌고, 그는 팔을 휘둘렀다. 분노와 의지, 그리고 나라의 존엄이 실린 매질이었다. 여섯 번째. 르노가 비로소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왕은 더 격렬하게 휘둘렀다. 일곱 번째. 마지막 채찍이 허공을 가르며 울렸다.
그 순간, 보두앵의 균형이 무너졌다. 팔에 힘이 풀렸고, 채찍이 손에서 떨어졌다. 붕대 감은 다리가 떨리며 앞으로 쏠렸고, 그는 천천히, 조용히 쓰러졌다. 먼지가 일었다.
시종들이 허둥지둥 달려왔고, 기사들은 움찔했지만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보두앵 4세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병든 몸, 타들어가는 살, 그러나 여전히 꺼지지 않는 눈빛으로. 그의 손끝에서, 아직도 채찍의 흔적이 떨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