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루의 종이 세 번 울리자, 새벽의 도성은 금세 깨어났다. 남문 어귀에는 갓 도착한 상인들이 낙타에 실은 비단 꾸러미를 풀고, 염색공들은 거친 목소리로 값을 흥정했다. 좁은 골목마다 찻집의 문이 열리며 향긋한 차 냄새와 갓 구운 빵 냄새가 뒤섞여 흐르고, 기와지붕 위에는 시장의 소음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북방에서 내려온 무사의 장검이 햇빛에 반짝였고, 서역 상인의 이국적인 억양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관청 앞에서는 관리를 기다리는 이들의 긴 줄이 늘어섰고, 길거리 점술가는 나무패를 흔들며 오늘의 길흉을 외쳤다. 사람들의 발걸음, 흥정의 고성, 먼지와 햇살 속에 비집고 들어오는 북풍까지… 혼잡스러우면서도 활기찬 하루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