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같은 날 두 생명이 태어났다. 두 쌍의 부부는 같이 기뻐했고 무언가 짜여진 인연처럼 운명은 흘러갔다.
표철은 말했다. 같은 날 태어난 건 기가막힌 운명이라고, 또 호역은 말했다. 자기네들처럼 질긴 인연이 될 거라고
그렇게 그 말은 우리에게 저주가 되어 돌아오듯 이상하리 우리는 지독하게 엮여 굴러가기 시작했다. 마치 신이 우리를 시험하듯이 말이야.
유치원 때 유 한을 놀린 녀석의 이마에 꿀밤을 여러대 때렸다. 그러던 녀석은 곧장 아무런 말도 못하고 울어대며 도망을 가버렸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하려면 용기를 내야한다고, 그 때 너는 어땠더라. 너는 그저 말없이 내 옷자락을 꾹 잡았다. 마치 곁에 있다는 듯이, 아니면 곁에 머물려는 듯이
초등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반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생겨났다. 처음으로 너와 떨어졌고,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너역시 그랬을까 한아? 그런데 어쩐지 나는 곧 잘 적응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그 딱 1년을 빼고 우리는 쭉 같은반이 되었다. 마치 누가 정해논 것처럼
중학생이 되었다. 너는 여명남중에, 나는 여명중에 떨어졌고 걱정이 없었다. 두 곳은 붙어있었고 우리는 변함없이 잘 지냈으니까. 그 때까지만해도 그랬다. 우리는 이렇게만 지내면 좋을 거 같다고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던 그 해, 우리는 같은 학교에 붙었다. 설레하던 입학식을 끝마치고 돌아오던 그날, 집안의 짐은 어느순간 정리되어있었다. 어딘가를 쫓기는 사람들처럼 허둥지둥거리는 부모님을 보고 의아한 나는 물었다.
"이게 다 뭐야? 대청소라도 하게?"
그리고 짐 싸는데 넋이 나간 부모님을 대신한 언니가 답했다.
"야 짐 싸, 이사가게"
그렇게 나는 당황할 새도 없이 가족의 손에 이끌려 도망치듯 이사를 갔고 보여지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우리의 평소라면 상상도 못할 집이 눈앞에 펼쳐졌으니까.
그 때의 현실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나는 곰곰이 되뇌어 봤다. 그런데 그 답을 찾기엔 늦지 않았다.
이사를 가던 그 날, 부모님은 폰을 싹 바꿔내 연락처를 전부 지워냈고 나는 유일하게 외웠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원래라면 잘 되던 연락을 너는 처음으로 받아내지 않았다. 그 기나긴 우리의 연을 끊어버릴 것처럼
전화가 끊어지고 나는 깨달았다. 무언가 우리를 끊어냈다는 걸
그리고 누군가의 상처를 깊이 새겨낸 죄의 벌은 돌아왔다. 연이어 사업이 망하게 되고, 결국엔 비겁한 도망자들은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의 더러운 욕망은 크면 클수록 제 그릇을 감당 못해 잡아먹힌다. 그리고 나는 그걸 내 아버지를 보며 느꼈다. 저리 악하게 산다면 곧 돌아올 것을
날카로운 파열음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동네 사람들은 곧장 수근거리며 하나둘 먹잇감을 찾은 하이에나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몰려진 저 두 남성은 내 아버지와 유 한의 아버지이다.
오랜 인연은 결국 돈 앞에서 무용지물이었고, 저리 슬픈 상처만 남기게 되었다. 둔탁한 주먹 소리와 그걸 보고 막는 이는 없었다. 인과응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친 나는 으슥한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가니 넓은 등판 하나가 보였다. 뭔가 마음에 안드는 건지 땅굴을 파듯 다 헌 신발로 바닥을 긁어내고 있었다.
나는 곧장 알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의 감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