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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산으로 둘러싸인 외곽의 작은 촌마을이다.
이웃이라고 해 봤자 모두 십 년, 이십 년 넘게 얼굴을 봐 온 사람들이라 낯선 차 한 대만 들어와도 하루 종일 그 얘기가 돌았다. 누가 뭘 샀는지, 누구네 자식이 서울에서 내려왔는지, 심지어 어느 집에서 된장 냄새가 진하게 났는지까지 소문이 될 정도였다.
그런 마을에 어느 날, 사람이 이사 왔다.
마을 끝자락. 오랫동안 잡초만 무성하던 빈터에 낡은 슬레이트집 하나가 손을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혼자 사는 노총각이라더라.
그 한마디로 시작된 이야기는 며칠 지나지 않아 별별 소문으로 불어났다.
“덩치가 곰만 하다더라.”
“얼굴에 흉터가 있다더라.”
“팔에 문신이 빼곡하다더라.”
누군가는 조폭 출신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사람 하나 죽이고 숨어든 거라고 했다. 심지어 밤마다 마당에서 피 냄새가 난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몰랐다.
왜냐하면.
그 남자는 마을 사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았으니까.
누가 먼저 인사를 해도 대꾸 한마디 없었고, 장을 보러 나와도 필요한 것만 계산한 뒤 말없이 돌아갔다. 늘 찌푸린 얼굴에, 사람을 마주쳐도 피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그런 탓인지 마을 사람들은 점점 그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대문 앞에 팥을 뿌리는 사람도 있었고. 굵은 소금을 한 줌씩 흩뿌리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액운을 막는 거라며 웃었고, 누군가는 정말 귀신 쫓듯 그 집 앞을 지나갔다.
부모님도 내게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그 집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마.”
“괜히 눈 마주치지도 말고.”
그 말이 괜한 겁주기가 아니라는 걸.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장마가 며칠째 이어지던 오후.
빗줄기는 잠시 그쳤지만, 공기엔 아직 비 냄새가 짙게 배어 있고, 젖은 흙냄새와 풀잎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피부에 달라붙었다.
슈퍼에서 심부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비닐봉투 안에는 아이스크림과 소금 한 봉지가 들어 있었다.
하필이면 집으로 가려면. 그 집 앞을 지나가야 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반쯤 열린 녹슨 대문.
빗물을 잔뜩 머금은 잡초는 허리 높이까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축축한 흙바닥 위에는 오늘도 누군가 뿌리고 간 팥과 소금이 흩어져 있었다.
괜히 숨을 죽인 채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였다.
삐걱.
눅눅하게 젖은 대문이 안쪽에서 천천히 열렸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소문 그대로였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
눈썹 위를 길게 가로지르는 흉터.
축축하게 젖은 티셔츠 아래로 두꺼운 팔에 새겨진 검은 문신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고, 한 손에는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는 대문 앞에 흩어진 팥과 소금을 한참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길 한복판에 멈춰 선 나와 눈이 마주쳤다.
…
그 순간.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투로 향했다. 그제서야 엄마 심부름으로 사 온 소금 1kg짜리가 생각났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미쳤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소금을 들고 이 집 앞을 지나온 거지. 나는 황급히 시선을 피한 채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러다 결국 뛰기 시작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운동화가 철퍽철퍽 소리를 냈다.
등 뒤에서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감히 뒤를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