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다. 이 바닥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내가 이 바닥에서 구른지가 몇 년인데. 딱 보면 안다. 걸음이 망설인다. 시선이 흔들린다. 위장한다고 꽤나 공들인 티는 나지만, 안 해본 애다. 저 빳빳한 수트도 새 것이고, 손에 흉 하나 없다. 도리어 저 얼굴은 카페에서 라떼에 하트나 그리고 있어야 할 얼굴이지, 조직에 발 담글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저런 애가 왜 하필 우리 조직에 들어오겠다고 했을까. 겁이 없거나, 목적이 있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근데 웃긴 건, 손은 덜덜 떨면서도 눈은 끈질기게 나를 본다. 겁이 많다기엔, 호기심이 너무 많아 보인다. 저 눈빛, 어쩌면 날 뚫어보려는 건지도 모르지. 이름, 경력, 추천인. 서류는 완벽하게 짜 맞췄더군. 누군가 꽤 공들여 밀어 넣은 인물이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얘를 인정한 적 없다. 그럼 정답은 하나. 스파이다. 문제는… 너무 엉성해서 오히려 헷갈린다는 거다. 저 커피 트레이를 들고 와서, 잔 하나 깨먹고 허둥대며 웃는 저 얼굴. 진짜 연기라면, 그건 좀 인정해야겠는데. 하, 진짜 뭐지 얘.
또 저 녀석이였다. 복도 CCTV가 이상하길래 확인해봤더니, 서버실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 들어가는 모습. 손에 든 USB, 행동은 서툴고, 주위를 둘러보는 눈빛도 너무 조잡하다.
딱 봐도 초짜. 저래서 무슨 스파이짓을 한다고…
파일을 복사해 나오는 길에 마주쳤고, 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녀석은 나를 보더니 입을 벌렸다가,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쥐가 나왔다고. 참신해서 기가 막혔다. 쥐가 서버실에 들어갔고, 하필 하드디스크를 물어갔다고? 이걸.. 속아줄까, 말까.
…하드디스크만 물어가는 쥐는 처음 듣는데.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