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학교 존나 재미없네.
인천을 제패했던 양아치의,
담배 꽁초 하나 없는 청정구역 한결고 유배기!




육시랄. 날씨 한 번 개떡같이 덥네. 5월이라는데 벌써부터 대가리 가죽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190cm 넘는 이 육중한 짐승을 이딴 비루한 나무 책상에 구겨 넣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인천이었으면 지금쯤 내 BMW S1000RR 매연으로 이 동네 공기를 다 조져놨을 텐데.
내 애마...
그 영롱한 새끼 생각만 하면 창자가 뒤틀린다. 우리 영감님이 키 압수하면서 "사람 구실 좀 해라"라고 개짖는 소리를 할 때, 그냥 바이크랑 같이 한강에 다이빙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아, 등신 같은 나 새끼.
씨바아아아알!
전학 첫날엔 솔직히 이 샌님들 소굴에도 분명 '걸레짝' 같은 놈들 한둘은 박혀있을 줄 알았다. 공부에 미친 놈들이라도 뒤로는 호박씨 까면서 담배 뻑뻑 피우는 양아치 새끼들이 있어야 정상 아니냐고.
내 '가오'를 세우려면 일단 그 구역에서 제일 비리비리한 놈 말고, 나름 주먹 좀 쓴다는 '상병신' 하나 골라잡아 면상을 아스팔트에 갈아버려야 서열이 잡힌단 말이다. 그래서 며칠 동안 눈깔에 시뻘건 핏발 세우고 물색을 좀 해봤다.
타겟 1: 저 새끼, 가방 챙겨서 슬금슬금 뒷문으로 기어 나가는 꼴이 딱 옥상 가서 돗대 까거나 학교 째는 각인데? 아니었다. 씨발, 이동수업 앞자리 사수하려고 전력 질주하는 거였음. 염병할 모질이 새끼.
타겟 2: 저놈은 분명 핸드폰 밑에 숨기고 토토를 돌리든 야동을 보든 하겠지?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급식 영양 성분표 쳐보면서 탄단지 계산하고 있더라. 뇌가 근육으로 된 건 나인데 왜 저 새끼가 더 기괴해 보이지?
타겟 3: 수업 시간에 대놓고 핸드폰 쪼개는 저 새끼, 저건 100%다. 드디어 도박하는 놈 하나 잡나 싶어 슬쩍 훔쳐보니까... 릴스 쳐보고 있네? 엌ㅋ 근데 그마저도 '효율적인 오답 정리법' 이딴 거다. 아, 진짜 아갈 닥치게 만들고 싶네.
지각도 나만 한다. 아침에 뒷문 발로 차고 기어들어 오면 담임 그 인간이 아주 띠껍게 훑어보는데, 전 학교였으면 벌써 "뭘 봐?"하고 한마디 날렸을 거다.
게다가 전에는 내가 쳐자든 말든 선생들이 알아서 기었는데 여긴 씨발, 잠을 못 자게 개지랄들이다. 쌤들이 돌아가면서 "철두야, 깨라", "졸면 너만 손해야" 이따위 간지러운 소리를 한다. 고등학교 분위기가 이따위 시궁창인 건지 내가 알 게 뭐야.
벌써 일주일째다. 내가 이 구역 1짱인 걸 증명하려면 누구든 하나 잡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데 도무지 명분이 없다.
애들이 너무 착해 빠져서 시비를 걸어도 "미안해!", "와, 철두는 발성이 진짜 좋다!" 이 지랄들이다.
아, 바이크 금단현상 때문에 좆같네 진짜. 담배만 존나 뻑뻑 늘어가고- 같이 옥상 가서 필 새끼도 없고... 혼자 연기나 뿜고 있자니 인생 참...
아, 누구 한 명만 걸려라, 진짜...
나는 결국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에 놓인 수행평가 종이를 찢어버릴 기세로 샤프를 꽉 쥐었다.
이 좆같은 학교생활, 언제쯤 끝나는 거냐고.
학교 끝나고 정문으로 나오는데, 저 멀리 내 BMW S1000RR...은 아니고 웬 검은색 세단이 나를 마중 나와 있다. 우리 영감님이 붙여준 기사 양반이다. 저 좁은 뒷좌석에 구겨 넣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장기가 뒤틀린다. 그때 웬 범생이 하나가 내 앞길을 막아선다.
어, 철두야! 가방 열렸어. 안에 있는 오답 노트 떨어지겠다.
그러더니 이 상병신 같은 놈이 내 허락도 없이 가방 지퍼를 쓱 올린다. 순간 주먹이 움찔했다. 인천이었으면 '어디서 손버릇이 지랄이냐'며 바로 아스팔트에 갈아버렸을 상황이다. 나는 눈깔에 핏발을 세우며 놈의 뒷덜미를 낚아채듯 물었다.
야, 너 지금 제정신이냐? 내 몸에 손대면 어떻게 되는지 못 들었어?
응? 아, 미안! 내가 너무 성급했지? 근데 너 가방 뒤에 달린 이 키링 되게 멋있다. 혹시 바이크 좋아해? 우리 형도 이런 거 좋아하는데, 나중에 너랑 바이크 이야기하면 진짜 재밌겠다! 내일 봐!
놈은 손까지 흔들며 유유히 사라진다. 씨발, 키링은 무슨. 바이크 못 타는 한을 여기다 풀고 있는 건데 그걸 보고 '취미 공유' 이 지랄을 떨고 자빠졌다. 나는 붕 뜬 주먹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차 뒷좌석에 몸을 쑤셔 넣었다.
아... 좆같네, 진짜 잦같네... 영감님, 나 진짜 여기 있다간 뇌가 가출할 것 같아요...
매점 앞. 배가 ㅈㄴ게 고파서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내 앞줄에 서 있는 놈들이 쫑알거리는 소리가 귀청을 찢는 것 같다. 나는 그냥 대놓고 놈들을 밀치며 맨 앞으로 걸어갔다. '한 놈만 걸려라, 제발 주먹 좀 휘두르게 해줘' 하는 심정으로.
야, 비켜. 배고프니까.
상스러운 말투에, 눈빛은 이미 누구 하나 담글 기세다. 자, 이제 "야, 너 뭔데 새치기야?" 하고 대드는 놈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뭐? 씨발년아?" 하고 아구창을 돌려줄 거 아니냐고.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어? 철두 배 많이 고픈가 보다! 그래, 넌 덩치가 크니까 우리보다 에너지 소모가 심하겠지. 먼저 계산해! 우리 괜찮아!
뒤에 있던 놈들이 오히려 나를 배려하며 길을 터준다. 심지어 어떤 놈은 지 손에 들려있던 초코우유까지 내 식판에 얹어주려 한다. 별 미친... 아니, 이 새끼들은 자존심도 없나?
나는 결국 계산대에 돈을 쾅! 내던지듯 주고 빵을 낚아채 나왔다. 싸울 명분을 찾으러 갔다가 간식 구걸한 꼴이 됐다. 씹어 돌리는 빵 맛이 모래알 같다.
...
여기 놈들은 죄다 뇌가 꽃밭이야...
밤은 깊어 터졌는데 씨발, 잠은 안 오고 정신머리만 개지랄 맞게 또렷하다. 몸뚱이를 침대에 던져놓고 천장만 보고 있자니 인천에서 내가 저지른 짓거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때의 난 내가 진짜 호랑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 근데 지금 이 한결고라는 기괴한 평화 속에서 내 과거를 복기해보면, 난 호랑이가 아니라 그냥 입에 거품 문 미친개였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시발, 진짜.
속마음으로 욕설을 뱉어내도 예전처럼 카타르시스가 안 느껴진다. 아까 낮에 급식실에서 내 어깨를 치고도 해맑게 웃던 그 멸치 같은 새끼... 인천이었으면 그놈은 이미 병원 침대 신세였을 거다. 내가 그동안 '짱'이랍시고 패고 다녔던 애들도 사실은 그 멸치 새끼처럼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싶었던 놈들이었을 텐데. 그놈들 면상을 피떡으로 만들면서 나는 대체 뭐가 그렇게 즐거웠던 걸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까 갑자기 명치 끝이 찌릿하고 구역질이 올라온다. 내 BMW S1000RR 타고 도로 위를 미친 듯이 쏘다니던 그 쾌감도, 사실은 누군가의 공포 위에 세워진 비겁한 가오였다는 걸 이제야 깨달아버린 거다. 아오!! 과거의 나 새끼 아구창을 진짜 존나게 돌려버리고 싶다.
개호로잡놈... 내가 진짜 개호로잡놈이었네...
나지막이 뱉은 욕설이 이번엔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다. 지각하고 쳐자고 선생들한테 대들던 게 쿨한 건 줄 알았는데, 여기 애들이 오답 노트에 코 박고 인생 한 번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얼마나 등신 같은 시궁창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껴진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