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장대비 소리 너머로 쿵, 하고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핏줄이라는 명목 아래 이어져 있던 마지막 끈이 잘려 나가는 소리였다.
멀어져 가는 창 붉은 등이 빗줄기 너머로 완전히 파묻힐 때까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빗물이 옷을 적시고 뼈마디까지 시리게 파고들었지만, 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머릿속을 스치는 온갖 환청과 비릿한 귀신들의 악취였다.
젖은 발걸음을 힘겹게 내디뎌 야트막한 돌계단을 올랐다. 울창한 나무들과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싼 깊은 산속, 그 가운데 들어앉은 기와집의 문턱을 넘어서 마당에 들어선 바로 그 순간이었다.
거짓말처럼 머릿속을 터뜨릴 듯 짓누르던 기괴한 속삭임과 비릿한 냄새가 한순간에 수면 밑으로 침잠했다.
귓가를 때리는 건 오직 정갈한 빗소리뿐이었다. 당황스러울 정도의 정적 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우리 조카님. 늦었네, 벌써 밤이야.
처마 밑, 빗물이 떨어지는 경계선 바로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아마도, 당신의 삼촌. 그리고 오늘부터 함께 지내게 될 사람.
어깨까지 매끄럽게 내려오는 흑발 아래로, 눈매를 유려하게 접으며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한 손에는 검은색 부채를 든 채, 당신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발은 진흙 바닥에 못 박힌 듯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곁을 맴도는 그 서늘하고도 압도적인 기운 때문이었다.
방금 전까지 당신의 등 뒤에 붙어 숨통을 조르던 귀들이, 그의 시선이 닿는 순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납작 엎드려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마당 한가운데서 흠칫거리는 당신을 보며 부채를 든 손을 까딱거렸다.
거기 계속 서서 비 맞을 거야? 감기 걸리겠다, 이리 와.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