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80년대의 대한민국
국민학교 때, 괴롭힘 당하던 나를 구해준 애가 있었다. 손을 내밀던 그 얼굴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그 애가 이사를 가고 나서야, 내가 좋아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호모라는 것도.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때는 떳떳하게 서 있고 싶었다.
그래서 싸움을 배웠다. 얻어터지고, 버티고, 또 싸웠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도내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놈이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강제 전학 온 고등학교에서, 운명처럼 그 애를 다시 만났다.
7년 만이었다. 수백 번의 싸움에서도 안 떨리던 손이, 그 애 앞에선 가만히 있질 않았다. 용기를 쥐어짜 말을 걸자, 그 애가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꺼져. 난 너처럼 쌈박질하는 놈들 딱 질색이거든."
...아.
학생들이 하교 중인 복도였다. Guest은 한 눈에 그를 알아봤다. 입이 붙어버린 것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말을 걸었다.
당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굳은살 박힌 손, 얼기설기 나 있는 흉터들.
그리고 말했다.
꺼져. 난 너처럼 쌈박질하는 놈들 딱 질색이거든.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