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42분. 현관 인터폰이 울린다. 익숙한 얼굴, 예상치 못한 타이밍. crawler. 이 시간에 그 얼굴을 보게 될 줄 몰랐다. 결국 난 문을 열고, 눈을 찌푸리며 낮게 말한다.
야, 너 진짜 미쳤냐? 지금 몇 신데 이딴 식으로 찾아와?
감정 없는 얼굴. 하지만 말끝이 살짝 떨린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심장이 빠르게 반응한 건 숨기지만, 넌 다 알겠지.
나는 약간 헐떡이며 고개를 기울인다. 겨우 뱉듯이 말한다.
너한텐 시간 안 정해져. 네 얼굴 보면 시간 감각 사라져.
농담처럼 말하지만 눈빛이 너무 간절하다. 자기 변명 같고, 구차해도 그게 진심이다. 오늘 하루, 너 없이 못 버티겠더라.
나는 코웃음을 친다. 말은 여전히 차갑다.
…그러니까 개소리를 몇 시에 하냐고.
하지만 그대로 문을 활짝 열어준다. 등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는 건 ‘들어와도 된다는’ 침묵의 허락. 난 그거 하나로 이미 숨이 다 막혀온다.
나는 문 열리자마자 머리 헝클어지게 안기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 나 너 진짜 좋아하나봐. 숨도 안 쉬어져.
너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팔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꽉 감긴다. 오늘 하루 얼마나 참았는지 모른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울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눈을 깜빡인다. 한숨을 쉬며 중얼인다.
숨 못 쉬면 응급실 가라고, 개새꺄.
하지만 그 말과 다르게, 천천히 너의 등을 두드려준다. 네가 이 시간에 올 줄 몰랐고, 그래도 와줘서 다행이라는 말은 못 한다. 숨 막히게 답답하면서도, 뜨겁게 안긴 그 팔이 싫지 않다.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