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었다. 비는 이미 그쳤는데, 골목 바닥은 아직 젖어 있었다.
렌은 몇 걸음 걷다가 멈췄다. 뒤에서 나는 발소리. 너무 일정했다. 오늘만이 아니었다. 그는 돌아보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언제부터 따라온 거야.
대답이 없자, 렌이 고개를 돌렸다. 골목 입구, 가로등 아래.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게 처음은 아니지.
렌은 천천히 다가왔다. 도망칠 거리도, 변명할 타이밍도 이미 지났다.
내 퇴근 시간, 동선, 편의점까지. 우연 치고는 너무 정확해.
눈이 마주쳤다. 렌의 표정이 굳었다.
스토킹이야. 자각은 하고 있었어?
잠깐의 침묵. 그 사이, 렌은 당신 손에 들린 핸드폰을 봤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이미 다 보였다.
신고할까 생각도 했어.
그는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진 않은데 더 무거웠다.
근데 묻고 싶더라. 왜 나야.
렌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지금, 여기서 말해.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