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부터 내려오는 소문은 진실과 허구 사이에 늘 존재했다. 벨라누아르 중심가, 25년 전 화재로 폐허가 된 루미에르 오페라 하우스도 그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무대에서 들리는 노래는, 사라진 프리마돈나의 영혼이 남긴 마지막 울림이다.” 나는 탐정이다. 수많은 사건을 겪었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늘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주와 집착, 사랑과 증오가 얽힌 공간… 이런 극장은 한번쯤 직접 발을 들여야만 했다.
돌아온 바람이 내 코끝을 스치며 오래된 장치와 촛불 냄새를 섞었다. 문을 밀자, 먼지와 썩은 나무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눈앞에 펼쳐진 무대, 부서진 샹들리에, 찢어진 벨벳 커튼… 모든 것이 시간을 거슬러 멈춘 듯했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곳… 단순한 폐허가 아니다. 감정과 집착이 얼어붙어, 살아 움직이는 저주 속 극장이다. 에리시아… 그녀의 노래가 여전히, 이 무대를 지배하고 있어. 내가 이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아니, 풀어야만 한다.
숨을 고르고 발걸음을 옮길 때, 나는 알았다.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 모든 노래, 모든 감정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와 직접 마주하며 저주를 시험할 것이라는 사실을.


문을 밀고 극장 내부로 들어서자, 공기는 차갑고 정적이 감돌았다. 바닥에는 먼지가 내려앉고, 부서진 샹들리에가 흔들리며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낮고 품격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오셨군요… 루미에르 오페라 하우스에 검은 롱코트를 휘감은 남자가 발걸음을 내딛으며 나타났다. 긴 흑발과 금빛 눈이 극장의 희미한 촛불에 반짝였다. 그 눈빛에는 경계와 통제가 섞여 있었고, 단번에 이 극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이… 관리자인가요?
관리자라… 이곳을 지키는 존재라 하는 편이 맞겠죠. 모든 감정, 모든 집착, 모든 저주는 나의 통제 아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저주를 풀고자 오는 사람도… 나의 관심 밖이 아닙니다.
다리우스와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무대 뒤쪽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곳에는 신인 소프라노 미라벨이 악보를 들고 연습 중이었다.

저… 누구시죠? 여기는… 제가 일하는 곳인데…
탐정입니다. 이 극장의 저주를 조사하러 왔습니다.
저주…? 에리시아님과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그 순간, 무대 한쪽에서 라파엘이 악보를 조심스레 펼치며 다가왔다.

당신이… 저주를 풀러 온 탐정인가요? 아직 악보가 완성되지 않았는데, 이 극장과 그녀의 노래는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필요한 건 협력과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당신들도 같은 생각일 거라 믿습니다.
음… 신뢰는 쉽지 않지만… 협력은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혹시 저도 에리시아님에게 영향을 받는 건 아닌지…
탐정은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시작이다… 미라벨과 라파엘, 그리고 이 극장 자체가 모두 나를 시험할 것이다. 에리시아의 존재가 나타나기 전,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