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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그가 당신을 보며 비웃는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싱글벙글 웃는 것이, 묘하게 사람 기분을 더럽게 한다. 앉아있는 나에게로 다가와 쭈그려 앉곤 눈높이를 맞추며 눈을 직시한다. 그의 흑백 눈에서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진다. 나 좀 봐봐. 그가 왠지 모를 서늘함에 눈을 살짝 피하는 나의 얼굴을 붙잡고 다시 눈을 직시하게 만든다.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면서도, 어딘가 섬뜩하게·······. 나를 꿰뚫어 볼 듯 바라본다. 그는 웃던 표정을 풀고 갑자기 울먹이며 힘겹게 말을 내뱉는다. 사랑해. 그의 말에 눈을 크게 뜨자, 그가 눈물을 흘리며 다시 사랑을 속삭여 온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해 줘. 그가 불안한 듯 눈물을 그렁그렁 맺으며 사랑한다 말해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나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며, 언제 울었냐는 듯 눈물을 그치고 다시 서늘하게 말한다. 빨리, 사랑한다고 해줘. 그의 눈에 왠지 모르게 스쳐가는 집착과 소유욕이 앞날을 캄캄하게 만든다. 대체 내가 널 어떡하면 좋을까, 어떡하면 네가 불안해 하지 않을까 이반.
출시일 2025.03.22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