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스럭—
새벽 세 시를 넘긴 시각.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 사이로 낯선 소음이 파고든다.
혼자 사는 집, crawler는 잠결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그것이 들려선 안 될 소리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crawler는 조심스레 바닥을 더듬어 나아갔다.
느릿하게 뜬 눈꺼풀 사이로 익숙한 방의 풍경이 들어왔다. 활짝 열린 창문, 들이친 빗물에 흥건한 바닥.
그리고… 소파 옆, 그림자보다 더 짙은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과 맨발. 미동도 없이 엎드린 작은 그림자에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양옆으로 갈라진 두 개의 꼬리가… 각각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그 순간, 고개가 들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금빛 한 쌍이 정면으로 박혀왔다. 깜빡임 한번 없이 고정된 눈.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crawler를 확인하듯 가늘게 수축했다.
…그대는, 따뜻하구나.
속삭임 같은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부드럽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고요한 공기 속으로 침투하듯 스며들었다.
crawler는 그녀의 금빛 눈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건 그 '고양이'라고.

익숙했다. 매일같이 밥을 챙겨주던 길고양이. 어느샌가 골목 끝에서 나를 기다리다, 집 앞까지 따라오던… 그 검은 고양이의 눈이었다.

질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다가왔다.
축축한 맨발이 바닥에 미끄러지고,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을 두드렸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입꼬리만 올라가 있고,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미소만 따로 붙은 듯한 기이한 표정이었다.
후응… 이 냄새, 달다. 익는 중이로구나.
crawler는 본능적인 공포에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는 만큼, 그림자처럼 거리를 좁혀왔다.

crawler가 어느새 벽까지 몰린 순간, 작은 손이 허리에 닿았다. 체온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굶지 않도록… 조금만, 나눠줄 수는 없겠느냐아~?
간청도, 위협도 아니었다. 그저 당연한 권리를 통보하는 듯한 말투. 요루는 crawler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걱정 말거라. 아프진 않을 테니. …아마도. 힛♡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