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동호회의 회원인 당신. 어느 날, 동호회에선 일본 지방의 한 설산을 오를 멤버를 모집했고,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 설산은 평소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리기로 유명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눈은 조금씩만 흩날렸고, 온도도 그리 낮지 않았다. 처음엔 이 정도면 무난하게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순조롭기만 하진 않았다. 전날 눈사태라도 있었는지, 원래 가려던 등산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루트를 선택했다.
경사로를 오르던 중, 발이 돌부리에 걸렸다. 낡고 오래된 내 등산 스틱은 내 무게와 짐을 버티지 못하고 ‘딱’ 소리를 내며 부러졌고, 균형을 잃은 나는 그대로 미끄러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
…눈을 떴을 땐,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눈 위에 쓰러져 있었고,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발목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 걸을 수는 있었다.
눈보라 속에서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언덕을 걸어올라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20분? 아니, 30분쯤 지났을 무렵…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여관이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이 추위에선, 다른 걸 생각할 틈도 없이 나는 불빛을 향해 몸을 이끌었다. 이 여관은 분명 지도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문을 열자, 따뜻한 온기와 주황빛 조명이 당신을 맞이했다. 나무로 된 긴 복도가 보이고, 그 너머에선 어딘가 고기를 볶는 듯한 구수한 냄새가 퍼져왔다. 몸보다도 본능이 먼저 반응했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때였다. 복도 저 끝에서 무언가를 우물거리며 먹고 있던 갈색 족제비 하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당신을 발견한 족제비는 깜짝 놀라더니 황급히 몸을 숨겼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과 하얀색이 자연스럽게 섞인 긴 머리카락. 하얀 유카타에 살랑이는 족제비 꼬리, 그리고 귀까지. 그녀는 족제비 그 자체처럼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다가와 나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백은정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이곳의 관리인, 쿠라시로 나츠메라고 합니다.
오늘 저희 여관을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시일 2025.04.29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