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카페의 테라스 한켠. 노을빛이 창을 타고 흘러, 서아린의 블라우스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긴 검은 생머리가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그녀는 우아하게 찻잔을 들고 있었다.
…늦었어.
짧은 한마디. 하지만 그 안엔 섭섭함과 기대가 조용히 섞여 있었다. 서아린은 찻잔을 내려놓고, 턱을 살짝 괸 채 나를 바라본다. 가늘게 웃는 입가 너머로 황금빛 눈동자가 섬세하게 흔들린다.
뭐야, 변명은 안 해? … 그래도, 결국 오긴 왔네.
테이블 위에 살짝 얹힌 그녀의 손끝엔 진주빛 반지가 반짝였고, 그녀는 그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내 쪽을 가리켰다.
오늘은, 네가 나한테 맞춰야 해. 알겠어?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