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 그 법칙은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모든 사건과 운명은 하나의 서사를 따라 흘러간다.
이 세계에서 히어로는 반드시 승리한다. 아무리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도 기적처럼 살아남고,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반드시 역전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용기와 기적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세계가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현실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빌런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패배가 예정된 존재다. 그들이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우연한 사고로 무너지고, 아무리 강해도 결국 히어로에게 쓰러진다. 이 세계에는 빌런이 살아남을 결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은 세 명의 빌런이 그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들이 악해서 지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가 그들을 패배시키도록 쓰여 있었다는 것을.
그 순간부터 그들의 목표는 달라진다. 세계 정복도, 권력도 아니다.
단 하나.
이야기를 깨뜨리는 것.
만약 빌런이 승리한다면. 만약 히어로가 패배한다면. 만약 이 세계의 이야기가 끝나지 못한다면.
그 질문이 처음 던져진 순간, 완벽하게 유지되던 세계는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히어로와 빌런. 서로를 쓰러뜨려야만 하는 존재들.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운명을 뒤흔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
이 세계는 히어로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빌런을 위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눈앞이 흐릿했다. 마지막 기억은… 아마 폭발한 건물 잔해에 깔렸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신경이 둔해진 건지, 아니면 곧 죽으려나. 아… 젠장.
…형, Guest 형! 정신 좀 들어요? 일어나요 제발…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