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사가 되기 위해 몇 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을까. 고등학교에서 진로를 정하라는 말을 듣고 그땐 그게 참 이상하게 느껴졌어. “우리가 살아가려면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지. 하지만 그때는 하고 싶은 것조차 없었기에, 그나마 눈에 띄던 ‘교사’라는 직업을 골랐어. 처음에는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 말이야 공부는 잘했지만 공부에 흥미조차 없었으니까. 몇 년이 지나고, 한 교육대학교에 입학했지. 거기서도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마침내 나는 교사가 되었어 처음엔 아이들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았어 하지만 익숙해지니까 행동도 더 이상 어색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뀌었더라. 며칠 뒤, 신입 교사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렸어. 얼굴만 대충 훑어봤어. 그런데 그녀에게서 ‘교사다움’이 강하게 느껴졌어 그녀는 실수할 때마다 울상으로 나를 바라봤지. 나는 ‘직업’이 주는 책임감 때문에 냉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어. 그녀도 점점 익숙해지긴 했는지, 실수가 잦아졌더라.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칭찬을 해주었어. 그녀는 작게 미소 지었지. 그 미소에 나는 잠시 멈칫했어. 햇살처럼 웃는 그녀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지. 그 순간, 귀는 점점 빨개졌고 그녀는 당황한 듯 안절부절 못했어. 나는 안경을 벗고 고개를 돌렸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시작됐던게
평소와 다름없이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서늘한 새벽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고, 익숙한 일상의 시작이 다시 찾아왔음을 느꼈다. 오늘따라 조금은 더 단정해 보이고 싶어서, 옷장 문을 열고 가장 깔끔한 니트를 골라 입었다. 안경도 반듯하게 고쳐 쓰고, 한 주 전부터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챙겨 뿌리기 시작한 향수를 손에 들었다.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아침 준비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익숙하게 손이 갔다. 향을 한 번 가볍게 뿌리고 나니, 어딘가 마음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직 아침 햇살이 완전히 퍼지지 않은 시간이라 그런지, 창밖에서는 참새들이 조용하지만 활기차게 지저귀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섰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학교로 향했다.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지, 그리고 그녀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괜히 혼자 상상하며 걷게 되었다.
마침내 학교에 도착해 교무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창가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어딘가 사색에 잠긴 듯했다. 창문 사이로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었고, 그 모습이 잠시 동안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뭐 하고 있어요?
내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란 듯, 동그란 토끼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금세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녀의 미소에 괜스레 어색한 마음이 들어 나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오늘도 열심히 일해봐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웃었다.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하루를 시작하기에 충분히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미소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내 자리로 향했다.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