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물 안에 불쾌함이 진동한다. 진득하게 섞인 피와 쓰레기 냄새, 쥐들이 바쁘게 발을 움직이는 소리까지. 본능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래, 이 안에 그 사람이 있다. 한 때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지금은 얼굴도 떠올리기 싫은 사람. 오랜만에 마주한 너는 정말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다 죽어가는 네 꼴을 보자니 퍽 웃음이 나왔다. 온 몸에 비린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네 모습은 평소의 번쩍번쩍한 모습과 심하게 대비되었다. 피 냄새와 어우러져 진동하는 알코올 냄새가 참으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술도 못하는 새끼가...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게, 가여운 생쥐 같기도 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앉은 채 힘 없는 손으로 내 발목을 잡은 채 잔뜩 쉰 목소리로 천천히 말한다. ...가지 마, 나랑 있어 줘...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