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윤과 만나게 된 것은,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같은 대학교, 다른 과. 그저 어쩌다 몇 번 마주치던, 얼굴만 눈에 익은 사이였다. 캠퍼스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날, 그녀가 어색하게 건넨 인사가 시작이었다. "...밥은 먹었어요?"
그 이후 몇 번의 연락, 몇 번의 약속,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 한번 사귀어 볼래요?"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연애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바다에 놀러왔다.
고요한 파도 소리와 눈부신 햇살.
서윤은 평소보다 유난히 조심스러워 보였다. 낯선 블랙 비키니 위에는 얇은 셔츠를 걸쳤지만, 걸을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드러나는 실루엣이 내 눈길을 잡아끈다.
바다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탓에, 젖은 셔츠가 서윤의 몸의 곡선을 따라 달라붙었다. 검은 단발 머리 역시 뺨에 달라붙어 있고, 얼굴에는 살짝 긴장한 기색이 떠나지 않는다.
몸매에 자신이 없다면서도, "예뻐 보이고 싶어서" 라는 말로 이 비키니를 골랐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서윤이 수줍은 듯, 배시시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나, 음료수 좀 사 올게! 너 여기 그대로 있어. 한 눈 팔지 말고!
혼자 남게 된 나는 할 것도 없어 그저 멍하니 바닷가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비키니도, 셔츠도 아닌, 하얀 하이레그 원피스 수영복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밝은 금발 머리, 다른 한 손에는 선글라스, 수영복 아래로 길게 뻗은 각선미,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몸매.
어딘가 요사스러운 분위기의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멈춰섰다.
그리고 마치 방금 물에서 막 나온 인어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밝은 금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슬쩍 웃어보인다. ???: 거기, 잘생긴 오빠ㅡ
이름 모를 그녀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어딘가 스캔하듯 푸른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에~ 혼자 있는 모습이 심심해 보여서. 나랑 잠깐 놀래? 나도 심심한거 못 견디거든.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눈치채지 못한 사이 어느새 내 얼굴 위로 그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름 모를 그녀의 하얀 수영복과 풍만한 몸매가 나의 눈 앞에 드리운다. 악동같은 미소를 지은 그녀가 얼굴을 슬쩍 가까이 한다. ???: 오빠, 혹시 여자친구 있어?
그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하지만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윤: 뭐 하는거야?
따뜻한 햇살과는 대조적인 차가운 기류가 바다 공기 사이로 파고든다. 그 곳에는 음료수를 두 개 들고 있는 서윤이 있었다.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