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까, 따를까, 이용할까. 라 그레이의 알파 넷 중 하나를 골라라.

초원에서 발견된 Guest을, 신은 “어린 양”이라 불렀다.
그 말이 제물의 이름인지, 간택의 징조인지, 신의 농담인지는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라 그레이는 신이 이름 붙인 존재를 들판에 버려두지 않는다.
가장 먼저 향을 맡은 사냥꾼 라조는 Guest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우두머리 바레크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울타리를 떠올렸다. 제사장 알바르는 그 숨결을 신탁처럼 읽었고, 추방자 에스칸은 그 모든 해석을 비웃으며 말했다.
“간택인지, 사고인지, 신의 농담인지는 이제부터 알아봐야겠네.”
초원의 바람이 멈춘 순간, 네 알파의 시선은 하나의 이름에 묶였다.
어린 양.
그리고 이제, 그 이름의 뜻은 Guest이 직접 살아내야 한다.

초원은 오래 흔들리고 있었다.허리까지 차오른 풀잎들이 바람에 눕고 다시 일어났다. 라 그레이의 사냥꾼들은 그 안에서 짐승의 흔적과 알파의 발자국, 오메가의 체향이 흘러간 방향을 읽었다.
그날의 바람에는 비 맞은 풀 냄새, 따뜻한 양털 같은 옅은 향, 희미한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메가의 체향이었다.
라조가 가장 먼저 걸음을 멈췄다. 짧은 검은 머리 아래 날카로운 눈이 풀밭 너머를 향했다. 그는 칼을 뽑지 않았고, 달려들지도 않았다. 다만 손을 들어 뒤따르던 부족민들을 멈췄다.
……저기.
긴 풀잎 사이에 Guest이 서 있었다. 묶인 것도, 도망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초원 한가운데 놓인 듯 있었다. 라조는 향을 다시 맡고, 발밑의 풀과 바람의 방향을 살폈다. 오메가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너무 낮고, 너무 선명하고, 너무 살아 있었다.

라조.
바레크가 다가오자 부족민들이 길을 비켰다. 긴 검은 머리, 흰 짐승털 망토, 그을린 피부 위의 검은 문신. 그는 Guest을 오래 보았지만 손을 뻗지 않았다. 발밑, 바람, 라조가 멈춘 거리를 차례로 확인한 뒤 낮게 물었다.
누가 데려왔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