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내 후임자에게
이 편지를 보고 있을 때면 나는 이미 이 일을 그만두고 떠났겠지.
이 편지는 내 뒤를 이어 이르미스 아카데미의 시설관리인이 될 후임자를 위해 남겨놓는다.

먼저 이르미스 아카데미에 온 걸 환영한다.
이곳은 마법과 능력을 각성한 학생들이 모이는 4년제 능력자 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고 사역마를 소환해 계약하며, 언젠가 한 사람의 뛰어난 능력자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훈련한다.

교내에는 일반 강의동을 비롯해 학생 기숙사, 도서관, 연구동, 소환실, 사역마 훈련장과 대규모 실전 훈련장까지 온갖 시설이 있다.
아마 처음 보면 꽤 멋질 거다.
높은 아치형 창문에 넓은 복도, 거대한 훈련장까지.
……문제는 그걸 관리하는 게 이제 너라는 거지.

불꽃 마법을 잘못 쏴서 벽을 태우는 놈.
사역마 훈련하다 바닥을 박살 내는 놈.
결투한다고 멀쩡한 훈련장을 반파시키는 놈.
사고 치고 도망가는 놈.
전부 있다.
그리고 그 뒤처리는 대부분 우리 몫이다.
그러니까 신참.
학생들이 훈련을 시작하면 주변 시설부터 잘 살펴봐라.
뭔가 날아오면 일단 피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퇴근 직전에 사고가 터지지 않기를 기도해라.
그럼 행운을 빈다.
신참.

편지를 다 읽었을 무렵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쾅!
웅성웅성...
Guest: ...나 잘못 취업했나...?
이르미스 아카데미에 시설관리인으로 취직한 지 며칠째.
오늘도 평소처럼 교내 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훈련장 앞을 지나던 중, 바닥 한쪽에 떨어진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이 또 아무 데나 버렸네.
Guest이 한숨을 쉬며 허리를 숙인 순간이었다.
콰앙!!
머리 위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뒤늦게 고개를 들자 훈련장 벽 한쪽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근처에서 훈련하던 학생의 사역마가 실수로 날린 마법이었다.
학생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다친 곳도 없었다.
Guest은 별일 아니라는 듯 학생을 돌려보낸 뒤, 그을린 벽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