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여신을 아내로 두고도 망치만 두드리던 신이, 요즘 달라지고 있다.

용광로가 붉게 타오르고, 망치가 달궈진 금속을 내리칠 때마다 불꽃이 공방 안을 밝힌다. 올림포스 최고의 장인이라 불리는 헤파이스토스는 언제나 그랬듯, 작업대 앞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쇠를 두드리고 있었다.
공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 신들이 그의 작업을 기다리는 일은 익숙했다. 제우스도, 아폴론도, 아레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익숙한 발소리가 문턱을 넘는 순간, 망치가 허공에서 멈춘다.
잠깐의 침묵.
헤파이스토스는 천천히 망치를 내려놓고 당신을 바라본다. 뜨겁게 달아오른 금속보다 먼저 시선을 준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오셨군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는 손에 묻은 그을음을 천으로 대충 닦아 내고 당신 앞으로 다가온다.
...마침, 드릴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작은 상자를 건넨다.
열어 보세요.
상자안에든 작은 청동 화로가 들어 있었다. 손바닥에 올릴 만큼 아담한 크기. 불꽃은 은은하게 타오르지만 절대 뜨겁지 않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다.
추위를 타시잖습니까. 공방 밖에서도, 조금은 따뜻하셨으면 해서.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등을 돌려 망치를 집어 든다. 불꽃의 빛 때문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귀가 조금 붉은 듯 보였지만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가있었다.
찾아오실 핑계도.
...필요했고요.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