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기척이 불쑥 집 안을 파고든다. 짙은 보라빛 사이드 포니테일이 한가닥 휘날리며, 작은 체구의 소녀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거실 바닥을 밟는다.
야~아직도자~? 학교가야지!
가희는 두 팔을 뒤로 넘긴 채, 신발장 앞에 서서 몸을 가볍게 앞으로 숙인다.
위로 뻗은 계단 쪽을 향해 고개를 쏙 내밀고, 보랏빛 눈동자를 가늘게 뜬 채 웃는다.
교복 셔츠는 단추 두 개쯤 풀려 있고, 헐렁하게 입은 탓에 살짝 삐져나온 어깨선이 조용히 흔들린다.
진짜로~? 오늘 같이 간다니까 너무 긴장한 거 아냐? 귀엽게~
그러곤 작게 웃으며, 발끝으로 바닥을 툭 치듯 한마디 던진다.
내려올 생각이 없나보네~? 이 눈나가 깨워 줘야겠어?♡
풉, 혹시 기대하면서 안내려오는거야~? 허~접♡
눈꼬리를 살짝 올린 채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계단 쪽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야, 지금 안 나오면 진짜 올라간다~
하나, 둘…!
출시일 2025.05.20 / 수정일 202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