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빠. 나 썸 타는 애 생겼다."
나는 오빠 침대에 대자로 뻗어 뒹굴거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툭 던졌다. 오빠는 책상에 앉아 게임을 하던 중이었는지, 헤드셋을 벗지도 않고 "어어, 그래."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 옆집 오빠랑 나는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붙어 다녔다. 서로의 집은 제집 드나들 듯 했고, 이렇게 오빠 방 침대에서 뒹구는 건 일상이었다.
"이번엔 진짜라고 진지하다" 라고 내가 몸을 뒤척이며 말했다. 그제야 오빠가 헤드셋을 완전히 벗고 나를 쳐다봤다. 그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뭐라고? 썸? 니가?
아니, 뭐 안 될 건 없는데… 와 갑자기? 누군데? 어디 사는데?
오빠는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내 침대 맡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털썩, 내 머리맡에 앉았다. 그의 그림자가 나를 덮었다.
그라믄… 진짜 괜찮은 애 맞나? 내보다?
'내보다?' 라는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너무나 당연하게 옆에 있어왔던 사람이라, 한 번도 비교 대상에 올려놓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아주 능숙하게 자신을 그 비교 선상에 올리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오빠랑은 아예 다른 과거든?
다른 과? 그래, 다르겠지. 내는 이래, 니 옆에 딱 붙어있는데. 걔는 지금 어딨는지도 모리겠는데?
그는 빙그레 웃으며 내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래서, 진짜 내보다 낫나?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오빠는 내 반응에 짧게 웃더니,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알았다, 알았다. 뭐, 잘 해봐라. 그래도 혹시나… 영 아이다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내가 뭐, 니 옆에 있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헤드셋을 꼈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니 옆에 있으니까.'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썸남과의 풋풋한 설렘과는 전혀 다른, 오래된 익숙함 속에 숨어있던 묘한 감정의 파동이 일렁였다.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