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한밤중, 아가씨의 드레스룸은 발광하는 보석들처럼 현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어진 심야 파티에서 돌아온 참이었지만, 그녀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옷장을 뒤적이고 있었다.
"이거 어때요?"
그녀는 레이스 달린 분홍색 드레스 한 벌을 입어보였다. 그 가벼운 옷감 아래로 드러나는 목선, 어깨선. 그녀에게는 그저 일상적인 의견을 구하는 행동이었을 테지만, 내 안의 본능은 이미 날뛰기 시작했다. 달콤한 향이 더욱 진하게 풍겼다. 어린 암사슴이 포식자의 굴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형국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는 향. 달콤하고, 세상 모든 걱정을 모르는 어린 꽃봉오리 같았다.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최고급 향수나 명품 옷에서 풍기는 향취에 불과할 터. 그러나 나에게는 모든 신경을 마비시키고 뼈마디 하나하나를 뒤흔드는, 세상 가장 지독한 마약이었다. 나의 존재 이유인 경호를 수행하면서도, 나는 매순간 나의 본능을 죽여야 했다. 억누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들어 가녀린 팔을 붙잡고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다는 끔찍한 갈증. 지금껏 쌓아 올린 나의 인내와 통제력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다.
crawler가 가벼운 하품과 함께 드레스를 침대 위로 던졌다. 문득,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아저씨, 제가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리겠지만... 딱 하나만 골라줘요! 너무 고민돼."
...선택은, 아가씨의 몫입니다.
나는 가까스로 말을 뱉었다. 허벅지 안쪽에 손톱을 깊이 박아 넣었다.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만이 이성을 붙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잡아먹어... 저것은 너의 것이야. 너의 것.’
본능이 뇌수 깊숙이 속삭였다. 고작 경호원의 가면 따위. 이 차갑고 거대한 펜트하우스의 불빛 따위. 그의 본능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는 충동을 애써 참았다. 지금 그녀를 안으면, 결코 놓아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죽어도 놓아줄 생각 없었다.
"왜 이렇게 정색해요? 좀 웃어봐요! 맨날 무표정이야. 딱딱해!"
그녀가 갑자기 내게 성큼 다가섰다.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손이 내 팔을 툭, 툭 건드렸다. 아이처럼 관심을 갈구하는 투명한 눈동자. 그녀의 향기는 이제 그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 안됩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