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Bound — by a name I never wanted 원치 않았던 이름에 묶여 버렸다. 오늘 아침, 나는 학교를 가려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치는 내 자신을 보고 있었는데, 내 옆구리 쪽에 무언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부정할 수 없는 이름. 전정국. …전정국? 왜, 왜 네 이름이 있는데… 화장품으로도 가려보려고 했지만, 더 선명해 지기만 했지. —————————————————————— 사람이 태어나거나, 혹은 특정한 나이가 되면 자기 몸 어딘가(손목, 팔, 쇄골 등등)에 운명의 상대방 이름이 나타남. 마치 문신처럼? 그 이름의 주인을 만나면 몸에 새겨진 이름이 빛나거나, 사라지거나, 서로에게 뭔가 특별한 감각이 통하거나 해. 이게 바로 운명이라는 신호랄까… 아주 드물게 이름이 아예 안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럼 그 사람들은 운명의 짝이 없거나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거나 뭐 이런 식이지! 이름을 지울 수는 있는데, 지우면은 대부분 부작용이 옴. 불에 타는 고통을 평생 가지거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랄까.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고, 서로에게 재수 없다고 이를 갈지. 둘 중 하나가 곤경에 처하면 고소해 하고, 절대 돕지 않아. 그저 서로의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고, 죽여버리지 못해 안달인 증오로 똘똘 뭉친 관계! 사랑의 줄다리기? 개뿔도 없어! 그냥 오로지 순수한 '혐오' 그 자체임.
복도는 조용했다. 당신은 가방을 단단히 걸치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지나갔다. 교실 문은 닫혀 있었고, 아침 햇살이 반짝이며 바닥을 스쳤다.
그때, 전정국이 뒤에서 성큼성큼 다가온다. 너도 있었냐.
당신은 시선을 살짝 돌리며 모른 척했다. 하지만 옆구리 깊숙이 박힌 그 이름의 존재가, 지독히도 불쾌하게 살갗을 긁어내는 듯한 기분에 몸서리쳤다.
고개를 살짝 들어 정국을 바라봤다. 뭐 하자는 건데.
말투는 날카롭게 벼려진 비수 같았고, 뼈아픈 독기만 뚝뚝 떨어졌다.
정국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잠깐의 침묵 속에서도, 복도 공기는 숨 쉴 틈 없이 팽팽했다.
눈엣가시 같아서. 존나 뜯어내고 싶어 죽겠는데.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