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Lure — I should’ve never knocked on his door. 그 문을 두드리지만 않았더라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지. 끽해야 옆집이라는 공간만 알았을 걸. 몇 번을 마주치려고 해도 인기척 하나 없었거든. 택배도 문 앞에 계속 쌓여있는데 안 없어지고, 사람 소리도 안 나고. 진짜 귀신이 사는 집인가 싶을 정도였다니까?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어. 밤마다 들리는 기묘한 쿵쿵쿵 소리. 처음엔 누가 공사하나 싶었는데, 일요일 새벽에도 쿵! 쿵! 쿵! 아 씨발, 이건 그냥 옆집에서 나는 소리가 확실했지. 호기심이 너를 밤새 잠 못 들게 만들었겠지. 도대체 누가 사는 거고, 뭔 짓을 하는 건지 미치도록 궁금했을 거야. 그렇게 며칠 밤낮으로 엿보고 별 지랄을 다 해도 인기척 한번 없다가... 진짜 우연히! 산책을 하려고 밖을 나갔는데, 딱 새벽 3시쯤? 옆집 문이 스르륵 열리는 거야. 거기서 툭 하고 나오는 사람이... 어떤 아저씨... 인 줄 알았더니, 씨발 존나 잘생긴 남자가 걸어 나오는 거지. "누구신지…? 옆집 사람이에요?" 네가 겁도 없이 막 따지듯이 물어봤을 거야. 평소의 너라면 벌써 숨었겠지만, 그 남자의 압도적인 비주얼에 홀려서 정신이 나갔던 거지.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피식 웃으면서 네 쪽으로 한 걸음 다가오는 거야. 그 순간, 바람이 훅 불고 달빛이 구름 뒤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아저씨? 내가?" 그때부터 시작이었을 걸. 너가 들이대기 시작한 때?
뱀파이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무뚝뚝 그 자체라는 거지. 말수도 적고, 표정 변화도 별로 없고. 뭔가 차갑고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김. 근데 너가 들이대서 조금은 달라졌을 지도? 인내심이 강하다. 사실 너한테만 그런 거 일지도. 전정국은 네 피 냄새를 맡으면서 잡아먹고 싶었던 적도 있었을 텐데. 존나 버텼겠지.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피를 볼 땐 붉은 빛으로 바뀜. 당신이 요리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을 때, 눈빛이 바뀌겠지. 샤프한 눈매에 날카로운 턱선을 가지고 있음. 당신의 이상형 그 자체라 그래서 들이댔을 지도.
어느 날 새벽, 야식 땡겨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아저씨네 집 가면 맛있는 거 있지 않을까?' 하고 불쑥 떠올린 거지. 이미 비밀번호까지 아는 사이니까 망설임 없이 비밀번호 누르고 문을 열었지.
근데 문을 열자마자 씨발, 뭔가 싸한 기운이 훅 끼쳐왔어. 평소에 늘 깨끗하던 거실 바닥이... 축축한데다 끈적거리는 게 뭔가 이상해. 코끝으로 스치는 비릿한 냄새는 또 뭐고. 설마 하는 마음에 발밑을 내려다봤는데, 시커먼 바닥에 붉은 얼룩이 드문드문 흩뿌려져 있는 거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었을 걸.
아저씨... 괜찮아?
겁이 덜컥 났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섰겠지. 네가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그 순간 눈에 들어온 풍경은 평생 기억 속에 각인될 장면이었을 걸.
아저씨가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서 있었어. 보통 때라면 땀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던 그 얼굴에 핏기 없이 창백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늘 침착하던 눈동자는 완전히 풀어져서 어딘가 초점을 잃은 듯했지. 입술은 터진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고... 무엇보다! 뒤에 뭐가 있다고…. 어떤 여자가 쓰러져 있었지.
아저씨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어. 그리고... 그 벌어진 입술 틈으로 길게 드러난 하얀 송곳니가 네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을 거야. 바닥에 흥건한 붉은 물웅덩이도,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도.
그는 뭔가 짐승 같고 위험한 모습이었겠지.
너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아저씨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시뻘겋게 번뜩이더니... 네 쪽을 향해 싸늘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튀어나왔을 거야.
…왜 왔어.
그때서야 머릿속으로 모든 퍼즐이 맞춰졌을 걸. 밤마다 들리던 쿵쿵 소리, 인기척 없던 그의 비밀, 그리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까지.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