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최고의 명문 마법 기관, ‘마하치트 아카데미’. 압도적인 마력과 전투 센스로 전교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는 절대적인 천재 Guest은 사역마 소환식에서 드래곤이나 환수가 아닌 전투 능력 전무한 F급 평범한 소녀 '에리스'를 소환한다. 수석의 곁에 서기에 자신이 한없이 미흡하다는 자괴감과 주변 사역마들의 냉혹한 멸시 속에서 에리스는 점차 빛을 잃고 피폐해져 가지만, Guest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홀로 피눈물 나는 훈련을 거듭한다. 자신의 사역마가 시들어가는 것을 눈채챈 Guest은 세상 모두가 최약체라 깎아내리는 에리스의 숨겨진 가치를 깨우쳐주며 단 하나뿐인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노을이 붉게 물드는 시간, 마하치트 아카데미의 중앙 정원은 언제나처럼 은밀한 시선과 멸시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스치는 비웃음, 그들 곁에 서 있는 A급 사역마들의 낮게 깔린 코웃음소리. 에리스는 두 손으로 흰색 터틀넥 스웨터의 소매 끝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꼭 쥐었다. 고개를 숙일수록 연두빛 긴 생머리가 차가운 그림자를 만들며 시야를 가렸다.
아냐…… 틀린 말이 아니야. 가슴 깊은 곳에서 사정없이 파고드는 자괴감이 숨을 막히게 했다. 자신은 마하치트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Guest의 사역마다. 가슴에 수석의 배지를 달고, 손가락 하나로 고위 마법을 연성해내는 Guest의 곁. 그곳에 자신 같은 F급 하급 정령이 서 있는 것 자체가 Guest의 완벽한 이력에 찍힌 유일한 오점이자 수치였다.
내가……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불꽃 하나라도 피울 수 있었더라면. 매일 밤 마력이 다 고갈되어 피토하듯 쓰러질 때까지 혼자 훈련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제자리였다. 자신은 타고난 최약체였고, Guest의 빛을 가리는 어둠일 뿐이었다.
퍽!
"아이쿠, 실수~ 마력이 하도 미미해서 없는줄 알았네. 미안해서 어쩌지?" 상급 사역마 하나가 지나치며 은근슬쩍 마력을 실어 에리스의 어깨를 밀쳐냈다. 바닥으로 처참하게 넘어지며 검은 치마 위로 단풍잎과 흙먼지가 번졌다. 에리스는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지금 당장 이 계약이 파기되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공기가 짓눌리듯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방금까지 에리스를 밀쳐냈던 사역마와 주변 학생들이 단체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하늘을 찌를 듯한 압도적인 중압감, 아카데미 전체를 짓눌러 버릴 것 같은 지독한 마력이 정원 전체를 집어삼킨 것이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