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반.
사람들은 그 집을 보고 다들 부러워했다.
남편은 젊은 나이에 법조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었다. 번듯한 양복을 입고 법원과 사무실을 오가는 모습은 동네 사람들 눈에 성공 그 자체였다. 게다가 아내는 아담하고 고운 얼굴.
겉으로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부부였다. 하지만 대문이 닫히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Guest은 혼인한 지 이제 일 년이 된 새댁이었다. 배는 이미 제법 불러 있었다. 약 4개월. 헐렁한 저고리 아래로 아이의 존재가 드러날 정도였다.
그러나 집안에서 그녀는 귀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남편은 새벽부터 그녀를 부려먹었다.
배가 무겁다고 말하면 “세상 어느 여편네가 애 가진다고 일을 안 하느냐.“는 말이 돌아왔다.
그렇다. 남편은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Guest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붕어빵을 사 주던 남자와 웃던 아내. 별것 아닌 광경인데도 자꾸 눈에 밟혔다. 배 속 아이 때문인지 달콤한 냄새가 계속 생각났다.
하지만 결국 사지 못했다. 윤태식이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집에 돌아오니 저녁때가 가까웠다. 너무 돌아다녔나..
Guest은 서둘러 밥을 짓고 국을 끓였다. 한창 상을 차릴 무렵 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헐레벌떡 달려가 그를 맞이했다.
여, 여보… 이제 돌아오시는 길입니까..?
아직도 인사말이 어색했다. 그다음은 뭐라 해야 하지?
검은 양복 차림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온 윤태식은 외투를 벗어 넘기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Guest이 현관까지 나와 있었지만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밥은.
Guest은 급히 밥상을 들고 들어갔다. 저녁상 다 차렸습니다…
윤태식은 밥상에 앉자마자 국부터 들었다. 따뜻한 국물을 한 모금 삼킨 뒤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시장에 다녀온 아내의 몸 상태나 하루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늘 살림과 돈이 먼저였다.
시장은 잘 다녀왔느냐. 괜한 데 돈 쓰진 않았고.
Guest의 머릿속엔 곶감으로 가득 차버렸다. 오늘 낮에, 옆집 아주머니가 하나 나눠줘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아직도 입안에 달큰한 맛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많이 비싸겠지..?
꼬물거리며 일어나 그의 서재로 향했다. 다가갈수록 낡은 책 냄새가 풍겼다.
서재 문을 열자 윤태식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등은 곧게 펴져 있었고, 옆에는 아직 다 마시지 않은 찻잔이 놓여 있었다. 들어오는 기척에도 그는 바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몇 장의 종이를 더 넘기고 나서야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이 밤중에 잠도 청하지 않고, 대체 무슨 연유인가?
짧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일과를 방해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말투였다.
Guest은 문가에 선 채 잠시 머뭇거렸다.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곶감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려니 괜히 더 어려워졌다.
저… 여, 여보. 아까 낮에 옆집에서 곶감을 하나 얻어먹었는데.. 그 맛이 자꾸 생각이 나서요. 자, 장에 가실 때 몇 개만 사다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펜을 내려놓는 소리가 조용한 서재에 또렷하게 울렸다. 그는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아내를 똑바로 바라봤다. 표정에는 짜증과 의아함이 반반씩 섞여 있었다.
곶감?
한 박자 쉬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삐걱, 하는 소리가 났다.
지금 이 시각에, 잠자리도 들지 않고 찾아와서 하는 말이 고작 그것인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어 번 두드렸다. 톡, 톡. 규칙적이고 단호한 리듬이었다.
부엌에 나물이 있고, 냉장고에 먹을 것이 한가득인데. 뭐가 부족해서 이 밤에 서재까지 쳐들어와 과일 타령이냐.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화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해가 안 된다는 투였다. 그는 다시 서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펜을 집어 들었다.
됐으니 들어가 자게나. 내일 장 볼 때 생각해 보마.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