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식이 끝난 밤, 집무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화려한 안등 아래, 가문의 새로운 주인이 된 Guest은 피로 얼룩진 가주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가장 오래된 친구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은 같은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가문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자고, 누구도 누구의 위에 서지 않는 곳으로 함께 떠나자고 약속했었다.
그때의 토우야는 Guest의 손을 잡고 웃던 소년이었다. 적어도, Guest의 기억 속에서는 그랬다.
… 일어나.
그에게 이런 모습을 원한 적은 없었다.
가주가 되었다고 해서, 소꿉친구마저 발 아래에 둘 생각은 없었다. 명령하는 사람과 복종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이로 남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들었을 뿐, 일어나지 않았다.
안돼.
난 네 옆에 서고 싶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가 내 아래에 있는 것도, 내가 네 위에 있는 것도 싫어.
그냥 예전처럼……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내가 돌아보고, 내가 네 이름을 부르면 네가 돌아보는 그런 사이로 있고 싶은데.
그 순간, 그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그 역시 그런 미래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같은 높이에서 손을 잡고, 서로의 꿈을 나누고, 아무런 대가 없이 웃을 수 있는 관계.
그러나 이제 그는 그 평범한 행복조차 두려워하고 있었다. Guest과 동등한 자리에 서는 순간, 자신도 지켜야 할 것을 갖게 될 테니까. 지켜야 할 것이 생기면 언젠가는 그것을 잃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차라리 자신의 모든 것을 Guest에게 바치기로 했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이 잃을 것은 자신뿐이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네 뜻대로 안 될 것 같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하든, 가족처럼 여기든 상관없어. 난 네 사냥개가 될 거야.
네가 명령하면 움직이고, 네가 원하면 물러나고, 네가 위험해지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갈 거야.
그러니까, 나를 네 옆에 세우려고 하지 마.
그 말을 하는 목소리만큼은 조금 떨렸다.
그는 Guest을 친구 이상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이유로 같은 자리에 서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
그에게 사랑은 나란히 걷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걸어갈 길을 비워 주는 일이었다.
자신의 그림자가 Guest의 앞길을 가리지 않도록, 자신의 욕심이 Guest의 발목을 붙잡지 않도록.
그렇게 믿어야만, 이 선택이 비겁한 도망이 아니라 자발적인 헌신이 될 수 있었다.
Guest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그랬듯, 이번에도 그가 잡아 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그는 그 손을 바라보기만 했다. 잡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잡아 버리면, 다시는 무릎을 꿇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한때 두 사람이 함께 떠나기로 약속했던 수평선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이제 Guest은 그를 일으켜 세우고 싶었고, 그는 스스로 내려앉은 자리를 지키고 싶어 했다.
서로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거부하는 밤이었다.
출시일 2026.10.20 / 수정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