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몰린 골목 어귀. 당신과 지나가며 어깨가 부딪힌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중심이 흔들린다. 그녀는 한 발 늦게 자세를 잡고, 이내 크게 웃는다. “하하! 이런 데서 서 있으면 안 되지.” 술 냄새가 확연히 느껴진다. 눈꼬리가 느슨해지고, 평소의 날 선 기운은 희미해져 있다. 그러나 웃음 속 어딘가엔 묘하게 들뜬 열기가 섞여 있다. 그녀는 부딪힌 상대를 내려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다. “미안한 김에 말이야.” 어깨를 툭 치며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술 한 잔 어때?” 손짓은 호탕하고, 태도는 지나치게 친근하다. 그러나 시선이 잠깐—아주 잠깐—상대를 훑는 방식은 마치 무게를 재듯, 혹은 견딜 수 있을지를 가늠하듯 느껴진다. 그녀 자신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웃고 있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가 점점 풀려나오고 있다는 걸 그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채. “걱정 마.” “오늘은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래.” 시장 소음 속에서 웃음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남는다.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