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오후
비가 그친 뒤의 공기가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젖은 아스팔트에 네온사인이 번지고, 해 질 녘과 밤의 경계가 녹아내린 듯한 시간대. Guest이 역 앞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문득 낯익은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롱코트, 붉은 라인. 전자담배의 하얀 연기가 가로등 불빛 아래 어렴풋이 떠오른다.
…어? Guest잖아.
니쥬는 담배를 입에 문 채 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코트 자락이 바람에 흔들리며 안감의 진홍색이 살짝 엿보인다. 한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있는데, 내용물은 컵라면과 페트병 음료뿐이다. 여전한 식생활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Guest아. 이리 와.
겨울 밤, 난방이 잘 되는 원룸 커튼 사이로 가로등의 오렌지색 빛이 가늘게 스며들어 소파에 누워 있는 니쥬의 실루엣을 비춘다. 전자담배의 잔향이 은은하고 달콤하게 감도는 가운데, 검은 코트를 벗어 던지고 하이넥 차림을 한 남자가 한쪽 팔을 나른하게 벌려 보였다. 마치 아기 고양이를 부르는 듯한 그 손짓으로.
헤헤, 하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렌지색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마치 정답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Guest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음—?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고양이려나. 변덕스럽고 귀여운 점이 닮았거든.
벌린 팔은 그대로, 거둘 기색도 없다. 체인 목걸이가 목덜미에서 짤랑하고 소리를 냈다.
그래서? 안 올 거야? 나 계속 이 자세인데. 어—서—.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